[문화산책] 원래 무엇이었는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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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31  |  수정 2015-03-31 08:03  |  발행일 2015-03-31 제25면

신천 옆길로 활짝 핀 개나리를 보니 봄이 완연한 것 같다. 문득 마크 로스코가 생각난다. 그의 작품 속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이 연주하는 봄의 왈츠를 듣는 기분이었다.이 로스코가 드디어 한국에 왔다.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이 시끌했다. 로스코를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로스코에 큰 관심을 보일까? 얼마 전 “지금은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며 소위 대중철학자로 인기를 누렸던 강신주도 대세에 발맞춰 로스코를 소개하겠다며 새 책 출간을 앞두고 인터뷰를 했다.

“사랑이 있는 사회는 좋은 사회”라며 사랑을 강조했던 그가 ‘소통추상주의’로 로스코를 소개하며 공감, 치유라는 말로 로스코의 작품을 설명했다. 그러나 TV, 신문 등 많은 매체들처럼 그 또한 왜 우리가 로스코의 작품으로 힐링을 할 수 있는지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내가 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않고 내 감정을 내버려 둔다면 어떠한 공감도, 소통도, 힐링도, 치유도 불가능하다. 갤러리에서 아이들 미술사교육을 할 때가 생각난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느냐는 질문에 놀랍게도 여섯 명의 아이는 모두 “아니요”라고 했다. “그냥요” “다른 사람들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것이 이유였다.

우리 사회가 우리 스스로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감정과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감정을 분류하게 해 마음을 억누르며 사는 것을 결국 당연시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닫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은 분석심리학자 칼 융이 말한 ‘자기 실현 또는 개성화(자기 인식)과정’이다. 융은 우리가 개인이 본래 지니고 있는 정신을 온전히 발휘해 ‘무엇이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먼저 ‘원래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고 했다.

로스코의 그림은 로스코가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혼돈의 20세기를 살면서 그가 몸소 겪은 사회 부조리와 고통를 작품에 드러낸 것이다. 개성화 과정에서 밝음과 어두움, 존재와 갈등을 삶의 본연으로 철저하게 대면하고 체험해 나감으로써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이 살아숨쉬는 것을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과 같이 그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도 자신의 상처를 로스코처럼 파헤쳐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최지혜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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