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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정 <시인> |
현대인은 기계에 의해 현실과 비현실의 두 세계를 자연스레 넘나들며 살아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대인의 일상은 현실과 몽상이 중첩된 새로운 리얼리티를 탐구한 초현실주의자의 작품세계와 유사한 점이 있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직후 시인 앙드레 브르통에 의해 제창되어 출발한 초현실주의는 크게 두 갈래 조류로 나뉘어 발전하였다. 한 갈래는 잠재의식에서 추출해낸 산문 서사시,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에 영향을 받은 브르통이 속기(速記)를 금기로부터 해방의 수단으로 삼은 자동기술법, 즉 오토마티즘에 의존하였고 또 한 갈래는 회화를 정신적 모색의 장(場)으로 사용한 지오르지오 데 키리코의 그 정신을 따르는 콜라주를 통해서였다.
현대인의 일상은 기계에 의해 속기처럼 무의식적 빠름에 익숙해져있고, 또한 현실을 멸(滅)하는 방식으로 비현실을 현실의 일부로 덧붙이기에 능숙해져 있다. 20세기를 전후해서 발생한 이러한 덧붙임의 방식은 시대적, 사회적, 개인적 경험과 환경의 영향에 따라 새로운 양식과 언어와 유파를 가지게 되는데, 한 가지 중요한 요인으로는 전쟁과 기술혁명에 따른 환경의 급변에 있다. 양극적인 환경에서의 충격적인 경에서 비롯되는 균열과 혼란은 깨진 거울 속의 나로, 꿈속의 나로 자아의 분열을 초래하고 급변이라는 시간의 단축과 소멸로 양극화된 두 환경의 시공을 하나의 시공으로 중첩시키게 된다.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은 급속과 급변이라는 양극화의 혼란으로 인한 그 경계의 불확실함과 사라짐을 암시하고 있다. 공존하는 양극의 서로 다른 시공과 그 환경의 영향을 받는 분열된 자아가 과거, 기억, 추억, 공포, 죽음, 이별, 상처, 폐허, 불안, 망상, 꿈, 이상, 미래 등의 파편화된 거울과 기이한 꿈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현실로 뛰쳐나오므로 현실을 비현실의 일부로 만들어간다.
현대인의 일상은 기계에 의존해 현실과 비현실의 다극화된 공간을 점멸하듯 살아간다. 만약 시간이 사라진 하루라는 도판에 우리의 일과를 중첩시켜보면 어떤 콜라주가 될까 상상해본다. 침대, 자동차, 내비게이션, 신호등, 스마트폰, CCTV, 컴퓨터, TV, 카페, 이어폰, 태블릿 PC 등 내면보다는 사물이나 기계중심이 되지 않을까. 나는 기계에 의한 나의 분열체(分裂體)들을 생각해보며 있지도 않은 이 작품에 ‘초고속 점멸기계에 의한 콜라주’라는 제목을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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