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기계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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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08  |  수정 2015-04-08 08:08  |  발행일 2015-04-08 제23면
[문화산책] 기계들의 반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다보면 자신이 만든 괴물에게 고통과 상처를 받으며 협박에 시달리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자 괴물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파기할 때,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한 말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노예여, 전에는 내가 합리적으로 설득하려 했으나, 이제 보니 그렇게 사정을 봐줄 가치가 없는 인물이구나. 내게 힘이 있다는 걸 기억하라. 지금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네놈이 불행한 나머지 햇살마저 증오스러울 지경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네놈은 내 창조주지만, 나는 네 주인이다. 순종하라!”

어쩌면 오늘날에는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의 위치에 첨단기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세 피에르의 ‘초현실주의’와 에드워드 루시 스미드의 ‘팝 아트’를 보면서 현대와 현대 사이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생각해본다. 정신세계를 중시하며 기계적 방식에 기대어 표현했던 초현실주의와는 달리, 팝 아트는 첨단기계에 의해 물질화되고 세속화되어버린 욕망들을 기계적 감각으로 표출해내고 있다.

나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자문해보다가 주체의 이동을 주목해 본다. 인간이 주체였던 기계는 첨단기술의 발달로 언제부턴가 기계가 주체가 되어 인간을 움직이게 되었다. 오늘날 인간은 첨단기계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계의 반응체로 전락해버린 주객이 전도된 위치를 살아간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는 성향이 다른 이 첨단기계는 반복에 의한 중독과 마비를 통해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들어 오히려 인간을 물질적 괴물 또는 기계적 괴물로 바꾸어버린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의식적 감각훈련에 의한 노예화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따지고 보면 감각이라는 것은 정신보다 육체에 더 가깝다. 사유를 저해하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감각훈련은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을 약화시키고 축소시켜 의식이 소멸된 육체의 물질화를 부추긴다. 그리고 거기에 기계적 물질적 욕망을 자리 잡게 하여 기계적 물질적 감각을 추구하게 만든다.

저마다 체감 온도가 다르듯 감각은 개인마다 다르다. 특히 기계적 감각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회에 대한 무감각으로 이어져 이기적이고 무분별적인 욕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끔 나는 기계적 감각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져가는 우리 사회를 불안스레 바라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여기저기서 첨단기계음들이 메아리쳐온다.

“노예여, 내가 주문하는 대로 반응하고 나의 욕망을 욕망하라!” 여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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