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부조리 프로그램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04-22  |  수정 2015-04-22 08:01  |  발행일 2015-04-22 제25면
[문화산책] 부조리 프로그램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를 전후해서 새롭게 등장한 ‘부조리극’ 또는 ‘반연극’은 극단적인 혼돈과 모호함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부조리 현상학 그 자체인 이 연극은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파시즘국가의 침략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도 인간의 존엄성도 모두 파괴되어 버린 인간성 상실과 폐허의 현장이란 시대적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부조리현상은 시대에 상관없이 보통 비슷한 상태로 나타나게 되지만 그 배경과 원인은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나는 60여년이 더 지난 오늘날 사람보다 오히려 기계와 더 많은 교감을 나누며 저마다 다른 코드로 프로그램화된 일상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현대인들을 바라보며 부조리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시대적 상황과 원인에 대해 생각해본다.

디지털혁명 이후, 파시즘적인 성향이 강한 인터넷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세상 모든 것을 간접텍스트로 만들어 정보화로 결속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세상 모든 것이 정보적 가치로 위치하게 되었다. 컴퓨터와 스마트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빠르고 간편하게 인터넷과 결속될 수 있는 현대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빈번히 오가며 이러한 정보화에 의한 간접텍스트에 너무나 익숙해져있다.

간접텍스트의 잦고 빠른 기계적 반복은 중독과 무감각으로 이어져 직접적인 삶의 현장마저 간접텍스트로 인지하게 되고 그 속에 있는 모든 존재를 정보적 가치로 여기게 된다. 나는 정보적 위치로 변질되어 버린 현장에서 정보적 존재로 전락해 버린 현대인들을 기계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친구도, 애인도, 나무도, 고양이도, 의식도, 윤리도, 사회도, 철학도, 문화예술도 모두 한낱 정보라니’. 사족처럼 늘어나는 단어들과 함께 부조리라는 말이 나를 스쳐간다.

사유의 시간과 감성의 공간은 개인화된 첨단기계들의 지배와 통제를 받으며 기계적 공간과 반응적 시간으로 점점 더 빨리 프로그램화되어가고 있다.

인간에서 멀어지고 기계에 가까워지는 비인간화의 부조리를 생각하다보면 현대인들이 외젠느 이오네스코의 희곡의 등장인물이 되어 하나둘 ‘코뿔소’로 변해가는 듯하다. 집단무의식과 무감각의 프로그램으로 피부가 딱딱해져가는 기계적인 코뿔소들을 바라보며 주인공인 베랑제의 마지막 대사를 떠올려본다.

‘난 최후의 인간이다! 난 마지막까지 인간으로 남겠다! 굴복하지 않아!’
여정 <시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