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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
동네마다 서점이 있어 언제든 손쉽게 닿을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차츰 사라져 근처에서 서점을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베스트셀러 등을 들여놓던 책 대여점은 편의점과 겸하며 살길을 찾는 듯 싶더니, 그마저도 최근엔 모습을 감췄다. 이런 때에 동네서점이라니, 누군가의 눈에는 역주행이자 고생을 자처하는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동네에 소규모 출판물을 취급하는 공간은 최근 늘고 있다. 2012년 처음 책방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서울, 부산, 제주 외의 지역에 이같은 곳을 찾아볼 수 없었으나 지금은 서울 36곳에 이르고 대전, 전주, 포항 등에도 카페 및 복합문화공간을 포함해 소규모 출판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매체의 발달, 전자책의 보급, 인터넷 유통의 활성화 등 다양한 이유로 동네사람들에게 책을 공급하던 기존 동네책방의 역할이 변했다. 서점 이용자들도 책을 읽는 수용자인 동시에 책을 만드는 주체가 돼 자신의 출판물을 유통하는 곳으로 활용하게 됐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아지트의 역할은 어느 때고 계속 되겠지만, 대형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여러 책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만든 희귀하고 특별한 책을 보기 위해 동네서점을 이용한다. 그리고 내가 만든 책을 타인에게 소개하기 위해 동네 책방으로 간다.
소규모 출판물은 그야말로 기획에서 제작까지 개인이 만드는 창작물로, 저자가 보낸 시간의 흔적이 누군가의 손을 타서 지워지는 일 없이 고스란히 있다. 그 사람의 냄새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오롯이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한 권의 세계가 된다. 물론 그 때문에 홍보, 마케팅의 측면에서 대중성을 잃기도 하지만 그 개성이 바로 소규모출판의 매력이다. 한 권의 책이 감동적인 것은 개인이 오롯이 집중한 시간과 애정 때문일 것이다.
책이나 동네서점의 미래를 생각하면 어쩐지 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가 떠오른다. 전 우주를 누비는 발달된 기술문명 속에서 주인공이 소중하게 품고 다니는 것은 70~80년대 로큰롤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다. 그리고 또 다른 영웅 나무인간 그루트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몸속의 작은 생명체들을 내보낸다. 영웅들의 세계를 형성한 음악과 품고 있던 작은 생명체들이 책이나 동네책방같다.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누군가의 세계를 굳건히 지탱해 줄 작은 요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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