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D까지 육질 16등급…부위별로 독특한 모양·맛·질감 ‘매력’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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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6   |  발행일 2016-08-26 제34면   |  수정 2016-08-26
■ 소 한 마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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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절과 잘 뒤집기가 구이공학의 요체. 지방과 단백질은 적정한 온도에서 굽혔을 때 절정의 맛을 발산하게 된다. 그래서 고급육을 구울 때는 잡담은 버리고 고기에 집중해야 된다.

예전과 달리 이젠 소를 다소 품격있게 대한다. 최근에는 소를 인문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된다.

2008년 봉화군의 한 소의 죽음을 기록한 이충렬 감독의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상영됐다. 이때부터 소가 사람의 연장으로 각인된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단편영화 ‘푸줏간 이야기’는 이례적으로 소의 도축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듬해 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문화관이 한국 도축장의 대명사인 마장동축산물시장 사람들의 삶을 정리한 ‘서울의 푸줏간’전을 열기도 했다.

소를 키우려면 일단 송아지부터 사야 한다. 가격이 적잖다. 암컷은 300만~350만원, 수컷은 400만~450만원. 30~32개월 키워 출하할 때까지 사료비 등으로 300여만원이 들어간다. 도축 직전 소 한 마리의 가치는 600만~700만원선. 사지와 머리, 기름층까지 제거하고 나면 무게 700~800㎏의 소는 400~500㎏으로 확 줄어든다.

소고기의 종류는 크게 도체·지육·정육으로 분류된다. 도체는 죽은 상태의 소에서 피를 뺀 상태, 지육은 도축한 고기를 네 덩어리로 4분도체한 상태, 정육은 지육에서 뼈, 근육, 여분의 지방 등을 제거한 상태다. 정육점은 도축의 마지막 단계인 정육을 판다.

전국 20개 법정 도축장서 18단계 거쳐
대구 신흥산업·경북 고령축협공판장
한우 ‘赤’·육우 ‘綠’·젖소 ‘靑’ 검인
소 10마리 중 최고등급 1마리도 안돼

숙달된 기술자 39가지 부위로 세분화
13대 갈비 해체에 ‘최고의 기량’ 필요
커튼 주름·신발 안창 닮은 ‘안창살’ 등
특수부위육은 재미난 이름으로 불려


◆도축과정

도축 관련 음습한 용어도 많이 정화됐다. 도축장 직원도 요즘은 그냥 축협직원으로 불린다. ‘도축장’이란 말도 이제 죽은 말이다. 관계자들은 소를 ‘죽인다’는 표현 대신 ‘기절’이라고 말한다. 매년 한 차례 공판장 뒤편 야산에서 ‘축혼제’도 봉행한다.

전국에 법정 도축장은 20개. 대구·경북에 2개가 있다. 대구는 북구 검단동 신흥산업, 경북은 고령축협공판장이 커버한다. 신흥은 하루 60여두, 고령에서는 200여두 안팎이 거래된다. 일반인들은 도축 과정을 절대 볼 수 없게 돼 있다. 소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라 여겨 취재는커녕 견학도 불허된다.

소가 도축될 때까지는 축산물관리법에 의거해 2~3일, 모두 18단계를 거친다.

다들 소의 ‘최후의 순간’을 궁금해 한다. 현행법상 도축 방법은 타격법, 전살법, 총격법, 자격법, CO2 가스법 등이 있다. 국내에선 소는 타격법(Knocking), 돼지의 경우 전기나 CO2를 사용한다.

오전 7시쯤 타격수가 자그마한 야광봉처럼 생긴 타격봉에 화약을 장전한다. 소들은 1인용 도축 철제박스에 갇혀 유도로를 따라 도축 포인트로 이동된다. 뿔과 뿔 사이 중간 지점에서 10㎝ 아래 포인트를 겨냥한다. 지름 6~7㎜ 길이 7㎝ 회백색 철심이 순식간에 뇌를 관통하고 빠져나온다. 도축 직후 뒤쪽 다리에 섀클체인을 감아 컨베이어로 매달아 올려 방혈작업을 한다. 3~4분간 20ℓ남짓한 피를 뺀다. 이어 대가리와 다리를 절단한다. 이후 크게 두 번 잘라준다. 엉덩이사이뼈-허리뼈-등뼈-목뼈를 좌우 평등하게 절단하는 걸 ‘2분도체’라고 한다. 다시 한번 ‘4분도체’할 경우에는 제1허리뼈와 최후등뼈(제13등뼈) 사이를 절단한다. 잘린 지육은 영하 6℃ 냉장실로 보내져 하룻밤 예냉된다.

다음 날 아침 등급판정과 중매과정이 이뤄진다. 이때 무려 4종류의 검인이 찍힌다. 중매인은 그 검인만 봐도 고기의 품질을 판별할 수 있다. 고령의 경우 등급 판정을 받기 전 경북도청 소속 축산물 검사관이 소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본 뒤 문제가 없으면 검사보조원이 경북의 경우 ‘경28북’, 대구는 ‘대01구’란 검인을 찍는다. 색깔도 3종류. 한우는 빨강, 육우는 녹색, 젖소는 청색.

육질도 등급화된다. 마블링 등급은 축산물등급판정소 등급사들이 법정 부위인 흉추 13번과 요추 1번 사이 등심 부위를 조금 썰어 단면의 지방 분포도를 분석해 다양한 등급인을 찍는다. 한우의 경우 빨간색 원안에 ‘1++A’ 같은 표시를 하는데 이는 육질·육량지수를 의미한다.

육량의 경우 A·B·C·D급이 있다. A는 고기가 상대적으로 많고 지방이 적은 편이고, D는 그 반대다. 육질은 살점 안에 지방(마블링)이 얼마나 촘촘하게 깔려 있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소고기의 등급은 최고 1++A부터 D, 모두 16등급으로 쪼개진다. 근출혈, 수종, 근염, 외상 등 결함육에는 ㅎ, ㅈ, ㅇ, ㅅ, ㄱ 등과 같은 검인이 찍힌다. 최고 등급이 100원이라면 최하 등급은 60원 정도. 소 12두 중 최고 등급은 1두도 안 된다.

◆부위별 명칭 이야기

아무리 들어도 헷갈리는 게 소고기 부위 명칭이다. 한 수 배우기 위해 북구 태전동에 있는 소백산 한우프라자의 김용환 사장을 만났다. 그는 이 바닥에서 20여년 잔뼈가 굵었다. 척 보면 척이다.

“대분류의 경우 목-등-엉덩이 부위와 그 아래 앞다리-배-다리쪽으로 상하를 나눠 설명드리죠. 상부에 네 부위가 있어요. 목 부위가 목심, 그 오른쪽이 등심, 다음은 채끝과 안심, 마지막 엉덩이 부위가 우둔살입니다. 하부는 세 덩어리로 나뉘는데 앞다리 다음 배쪽은 갈비와 양지, 마지막 덩어리는 설도와 사태살로 구성됩니다. 대분류된 열 덩어리를 갖고 39가지 각종 부위로 세분화합니다. 제대로 해체 못하면 손해를 봅니다. 자연 숙달된 기술자를 찾을 수밖에 없죠.”

현재 대구 도심에는 20여 군데의 도심밀착형 육가공 공장이 있다.

1997년부터 식육판매업소의 부위별 표시판매의무제가 실시된다. 잘게 해체하는 일련의 작업을 ‘사바키’라고 통칭한다. 기술자는 예리한 해체용 칼인 골발도(骨拔刀)와 근육막 등을 젖힐 때 사용하는 야스리 등을 능수능란하게 움직인다. 각 도축장에는 15명 정도의 골발사가 있다. 여기서 일을 하려면 농협중앙회 부설 안성식육기술원에서 약 3개월 과정의 공부를 하고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된다.

480㎏의 지육을 기준으로 할 때 등심은 40㎏, 정육(앞다리, 양지, 설깃, 설도, 홍두깨, 사태, 청장, 목심)은 130㎏, 갈비는 83㎏ 등이 추출된다.

△등심은 윗등심, 꽃등심, 아랫등심, 살치 △앞다리는 꾸리살, 부채살, 앞다리살, 갈비덧살, 부채덮개살 △설도는 보섭, 설깃, 설깃머리살, 도가니, 삼각살 △양지는 양지머리, 차돌박이, 업진살, 업진안살, 치마양지, 치마살, 앞치마살 △사태는 앞사태, 뒷사태, 뭉치사태, 아롱사태, 상박살로 쪼개진다.

갈비살 해체는 ‘해체공학’이랄 정도의 최고의 기량이 필요한다.

갈비는 모두 13대가 있다. 갈비부위에서 뼈를 제거하여 살코기 부위만을 빼내면 크게 본갈비살·꽃갈비살·참갈비살로 나눠진다.

◆재미있는 특수부위육

△토시살= 내장 안쪽에서 내장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내장살인데 왼·오른쪽 없이 딱 하나만 있다. 경상도 쪽에서는 ‘안거미’라고 불리기도 하고, 어른 주먹만 하다고 해서 주먹시로 불리기도 한다. 팔에 끼는 토시만 하다고 해서 ‘토시살’로 불린다. 600g만 추출.

△안창살= 일종의 흉강과 복강을 구획하는 근육막으로 보면 된다. ‘커튼 윗부분의 주름살처럼 생겼다’해서, ‘신발 안쪽 바닥에 까는 안창처럼 생겼다’ 하여 안창살이라고 한단다. 1.8㎏ 추출.

△업진살= 뱃살. 사람으로 치자면 복근에 해당하는 부위다. 물결치듯 조직이 형성되어 있어 손질하기 까다롭다.

△멍에살= 소가 밭을 갈 때 멍에를 짊어지게 되는 근육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승모근에 해당된다.

△마구리살= 대분할된 갈비 부위에서 등심 부위가 제거된 늑골두 부분과 양지가 분리된 가슴뼈와 늑연골 부분으로, 늑간근이 붙어있는 부분을 따라 타원형으로 절단하여 분리된 것.

△제비추리=제1등뼈(흉추)에서 제6등뼈와 갈비뼈(늑골) 접합부위를 따라 분포하는 띠 모양의 긴목근(경장근)으로, 목심 및 등심이 분리되는 지점에서 직선으로 절단하여 정형한 것.

△알꼬리= 껍데기가 없는 꼬리.

△스지= 아킬레스건.

△도가니= 뒷다리에서 나오는 무릎뼈.

△치마살=옆구리, 일명 배댓살.

△부채살= 앞다리 부위살.

△살치살=등심 사이 갈비 본살. 3㎏ 추출.

△삼각살= 일명 설깃머리살로 불리는 허벅지 안쪽살.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취재협조= 신흥산업·태전동 소백산 한우프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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