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고흐의 ‘오베르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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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7-02-01  |  발행일 2017-02-01 제면
[김옥렬의 미·인·만·세] 고흐의 ‘오베르의 교회’
오베르의 교회
[김옥렬의 미·인·만·세] 고흐의 ‘오베르의 교회’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길 위에 있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붓이 존재한다.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 고흐가 한창 그림과 분투하던 시기에 쓴 편지글이다. 예술가로 살면서 고뇌와 열정을 가지지 않은 화가가 있을까? 화가의 고뇌와 열정하면 유독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떠올리는 이유는 왜일까?

1890년 5월 요양소 생활을 마친 후 프랑스의 오베르 지방으로 이사하고, 같은 해 7월에 스스로 목숨을 거둔다. 무엇으로도 억누를 수 없었던 그의 광기는 평생 그를 고통과 절망 속에 살게 했다. 그러나 고흐는 화폭 속에서 가난과 고독을 열정으로 채웠다. 그가 안고 살던 질병과 좌절감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강했으면, 그렇게 강렬한 생명감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었을까? 붓 끝에 쏟은 그의 열정은 백년을 넘어서도 꺼지지 않고 있다. 그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약 두 달간에도 반 고흐는 작품 제작에 열중했다. ‘오베르의 교회’는 이 시기 제작된 작품이다. 그의 후기 작품들처럼 이 작품도 더욱 강렬해진 붓놀림과 색채로 말년의 고흐가 느낀 정신적 혼돈과 불안을 대변하고 있다.

‘오베르의 교회’는 단순한 교회의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고통과 희열로 점철된 화가로서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다. 이 그림은 교회를 중심으로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푸른 하늘에 맞닿아 있는 교회의 종루를 따라 내려오면 오렌지색의 지붕이 유난히 밝고 경쾌하다. 두 갈래의 길 중에서 왼쪽 길, 오렌지색 지붕과 대각선을 이루는 길 쪽으로 수건을 쓴 아낙네가 걸어가고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러 갈래의 길을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의 길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도 안고 산다. 가고 싶지만 못 갔고, 갈 수 있어도 가지 않았던 길, 가서는 안 될 길이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나온 길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잘못 들어선 길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에는 최선의 길을 찾아 가야 한다.

빈센트 반 고흐, 그에게 있어 최선의 길은 절망적인 고독 속에서 ‘번개 회초리’로 정신을 가다듬고 붓 끝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격렬한 감정과 열망들을 화폭에 녹여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많은 편지들은 그의 그림과 힘겨운 생활이 절절하게 담겨있다. 그 어떤 역경이라도 견딜 수 있었던 빈센트 반 고흐! 동생 테오의 절망 앞에서는 강열한 열정을 노래하던 붓조차 놓아 버리고 만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번개 회초리로 열망을 지피던 고흐, 그는 두 갈래의 길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했다. 죽어서 피는 ‘격정의 꽃’, 그렇게 그는 시들지 않는 화가의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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