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운전기사, 대구 첫 공유형 사무실 열었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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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2   |  발행일 2017-03-02 제2면   |  수정 2017-03-02
이슈경제인 박승한 ‘빅워크 스페이스’ 대표와 그를 이끈 장기진 애플애드벤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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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한 빅워크 스페이스 대표(왼쪽)와 장기진 애플애드벤처 대표가 3일 정식 오픈하는 공유사무실 ‘빅워크 스페이스’의 로고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까지 장 대표의 운전기사로 일했지만, 사내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대표로 변신해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수행·건물관리부터 회계까지
장 대표 아래 6년간 경영수업

공간·사무기기 24시간 제공
창업자 법률·회계자문 계획
“전문직 위한 공간도 만들 것”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교에서 경북대 병원으로 향하는 달구벌 대로변의 3층 건물. 계단과 건물 벽면 곳곳에 각종 미술작품이 전시돼 마치 갤러리 같았다. 2층으로 들어서자 건물 안쪽에 마련된 작은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각종 탄산수와 음료 등이 가득한 냉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유명 커피전문점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차이가 있다면 서너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 형태의 공간과 책상마다 설치된 인터넷 전용선, 그리고 그 옆에 팩스와 프린터 등 사무기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정도.

“요즘 1인 창업자는 물론 대학생, 직장인 등이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을 자신의 사무실처럼 이용하잖아요. 그래서 아예 이들을 위해 24시간 자유롭게 사무실 공간을 공유해 사용하도록 해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게 만든 겁니다.”

대구 최초의 공유형 사무실인 ‘빅워크 스페이스’를 창업한 이유에 대해 박승한 대표(35)는 이렇게 말했다. 사무실 공간을 얻기 부담스러운 창업자들이 커피전문점 등을 개인 사무실처럼 이용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무실 공유 시스템을 만든 것. 여기에 커피전문점과 똑같은 음료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회계사, 법무사 등이 상주하면서 창업에 필요한 각종 컨설팅을 해준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매일 커피전문점에 출근, 5천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일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15만원가량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24시간 자유롭게 사용해도 비용은 최저 10만원, 거기다 각종 사무용 기기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더 경제적”이라며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이 한 곳에 모이게 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경우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빅워크 스페이스의 1인 사무실(자유석) 이용요금은 월 10만원, 지정석은 15만원, 방 형태로 된 2인실은 40만원이다. 입주자들은 건물 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는 1천원, 페리에 등 탄산수와 캔 음료는 1천~3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프린터는 매달 흑백 150매, 컬러 50매는 무료 제공, 그다음부터는 일정 요금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1인 창업자 3명이 이미 계약을 마무리했고, 10여 건의 상담이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애드벤처 장기진 대표의 수행운전기사였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자격증이라곤 운전면허증이 전부였던 그는 2010년 12월 장 대표의 수행운전기사로 입사했다. 장 대표는 박 대표에게 건물과 주차·소방 관리는 물론 회계 관련 공부도 시켰다. 운전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그는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6년간의 훈련과정을 견뎌냈고, 지난해 ‘사무실 공유’라는 창업 아이템으로 사내 창업에 성공, 운전기사에서 대표로 명함을 바꿨다.

박 대표는 “빅워크 스페이스는 2010년 2월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 ‘위워크(WeWork)’를 국내 사정에 맞게 접목해 창업한 것이지만, 앞으로 이를 더 발전시켜 창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변호사 등 전문직들만 이용하는 프리미엄 오피스 등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를 위해 장 대표도 자신을 포함해 엔젤투자자로부터 4억원가량을 받아 이곳에 투자했다. 또 박 대표의 새 출발을 돕기 위해 애플애드벤처 본사도 사무실 임대 형태로 입주했다. 그동안 애플애드벤처를 통해 창업한 기업들까지 이곳 사무실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각종 창업자가 모인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법률, 회계자문, 창업교육 등을 지원하며 상생하겠다는 생각이다.

장 대표는 “그동안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이들을 온라인마케팅, 디자인, 앱 개발, 행사 기획, 빅아이디어 연구소 등으로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맞춰 창업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박 대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6년 동안 박 대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했고 용역관리는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지난해 사무실 공유 창업을 돕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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