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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의 사회학//이완수 지음/ 시간의 물레/ 318쪽/ 2만원 |
죽음을 알리는 부고 기사는 현대 사회에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부고 소식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유명인의 부고 또한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라온다. 그럼에도 부고 기사는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여전히 가치가 있다. 실제 미국 뉴욕 타임스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슬픔의 초상화’라는 기획보도를 했다. 같은 해 말까지 총 1천800개에 이르는 부고 기사가 실렸고, 이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한국 일간지의 부고 기사 100년사를 분석했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부고 기사가 어떤 식으로 쓰여 왔는지를 정치사회학적·문화적·역사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그는 부고 기사에 대해 ‘개인의 삶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라며, 그 기억이 세대 간·가족 간·집단 간 기억과 연결된다고 말한다.
‘죽음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 죽음은 공평하게 기록되고 있을까. 이 책에 따르면 부고 기사는 특정 계층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부고 기사로 언급되는 이들은 남성, 파워 엘리트, 명문대 출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다수를 차지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다뤄진 방식과 박정희·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론사마다 어떻게 다뤘는지를 살피는 과정도 이 책의 흥미로운 대목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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