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 20년째 살고 있는 집 출입구 없어질 판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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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2 07:24  |  수정 2021-07-24 06:58  |  발행일 2017-06-12 제11면
40년째 쓰던 도로‘대지’로 확인
구청 길막는 원룸건축 승인 논란
“유일 진입로”vs“법적 문제 없다”

멀쩡한 골목길이 사라져 20년째 살고 있는 자신의 집에 출입조차 못 한다면 심정이 어떨까.

대구 북구 산격동에 사는 정모씨(여·37)가 그 처지에 있다. 최근 자신의 집 옆에 4층짜리 원룸 주택이 새로 지어지면서 집으로 통하는 유일한 골목이 막힐 위기에 처한 것.

사연은 이랬다. 정씨의 집과 폭 1m 남짓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던 옆집이 올해 초 A씨에게 팔렸다. 그런데 A씨가 새로 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를 측량한 결과에서 변수가 생겼다. 지금까지 40년 넘게 이용돼 온 골목이 도로가 아닌 일반대지로 확인된 것. 골목의 70%는 옆집 땅이었고, 나머지는 정씨의 소유였다. A씨는 지난달 18일 북구청의 건축허가를 받아 헌 집을 허물고, 이곳에 4층짜리 원룸 건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완공은 오는 8~9월이다.

정씨는 “골목이 하루아침에 막혀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될 위기에 놓였다. 이 골목은 집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진입로”라며 “진입로가 막히는 게 뻔한데도 구청이 건축 승인을 해준 것은 집을 떠나라는 얘기가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는 “건축허가대로 원룸 건물이 들어서면 이용할 수 있는 통로의 폭은 불과 30㎝ 남짓해 휠체어 이동은 물론 LP가스통조차 배달할 수 없게 된다”며 “통행로 확보를 위해 골목 땅을 사려고 했지만, 이미 건물이 지어지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건축주는 “법적으로 건물을 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1층은 주차장이어서 통행에 큰 무리가 없다”면서 “건물을 골목 쪽으로 붙여서 올릴 수도 있었지만, 주차시설을 만들어 공간을 비워 둔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원을 수차례 북구청에 제기했지만 뾰족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북구청 관계자는 “골목은 원래 도로가 아니다. 일반대지를 편의상 골목으로 사용한 것일 뿐 법적으론 원룸 건물을 짓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상호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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