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경북대병원 환자에 ‘싫으면 말고’식 갑질

  • 임호
  • |
  • 입력 2017-09-09 07:31  |  수정 2021-07-24 06:56  |  발행일 2017-09-09 제6면
수술 날짜 잡고 다인실 예약
당일날에야 1인실 일방 통보
“이용하든지 수술 연기하든지”
병원 “운영시스템 개선 강구”
독자와 함께 !

지난 6일 경북대병원에서 외과 수술을 받은 A씨(55). 그는 앞으로 이 병원에 두 번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병원측의 ‘싫으면 말고’식 갑질에 분통이 터졌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랬다. A씨는 지난 1일 경북대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6일 수술일자를 확정받은 뒤 수술 하루 전 입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수술 3~4일 후 퇴원한다는 말에 그는 저렴한 다인실(6인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원 당일 병원 측으로부터 “병실 부족으로 1인실이 배정됐다. 다인실 자리가 나면 전실 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하루 1만570원이면 입원할 수 있는 병실 비용이 25만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병원측에 전화해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다인실이 없으니 1인실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수술 날짜를 연기하라”였다. 만약 다인실로 옮기지 못하면 당초 병원비에서 75만~100만원의 비용이 추가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하루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울며 겨자먹기로 1인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더욱이 입원 접수 과정에서도 A씨는 어이없는 갑질을 당해야 했다.

병원 도착 후 입원계 접수를 위해 번호표를 뽑았지만 30분이 지나도록 순서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그는 입원계 담당자에게 “왜 순서가 빨리 오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제가 혼자 근무하니 어쩔 수 없다. 기다리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수술을 받는 ‘을’의 입장에서 불이익이 생길까봐 화를 낼 수도 없었다.

1인실 입원 후에도 병원측의 불친절은 계속됐다. 1인실에 보호자용 의자가 없어 간호사들에게 부탁했지만 “원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가장 비싼 1인실에 보호자용 의자가 없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필요하다는 환자 보호자의 부탁을 단박에 거절하는 병원측의 행동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A씨는 “경북대병원에서 ‘을’ 취급받는 사람이 어디 나 혼자뿐이겠냐. 이러니 대구 사람들이 조금만 아파도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이라며 “원칙도 기준도 없는 경북대병원에 크게 실망했다. 만약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가야 한다면 다음엔 꼭 친절하고, 시설 좋은 서울의 대형병원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은 “입원 환자가 수술 스케줄을 관리하는 의사에게 특정 병실을 요청하는 경우 가능하면 원하는 병실로 입원이 된다”며 “하지만 입원 시점에 피치 못할 병실 상황으로 원하는 병실에 배정되지 않을 경우 입원과 동시에 신속하게 원하는 병실을 확보해 옮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선된 시스템을 통해 보다 신속한 병실운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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