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피해자의 승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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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7   |  발행일 2017-10-27 제9면   |  수정 2017-10-27
[변호인 리포트] 피해자의 승낙

아시아 성형수술의 ‘메카’ 서울 강남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성형외과 대표원장 A씨는 피부에 레이저를 조사해 세포재생을 돕는 ‘모자이크 프락셀 레이저’ 기계를 구입했다. 진료영역 확장을 위해 새로운 기계를 도입한 것. 이후 A씨는 시술을 담당할 고용의 B씨를 채용했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B씨는 레이저 시술을 무료로 받을 병원 직원을 모집하기로 마음먹었고, 홍보팀 직원이 자원하자 얼굴에 레이저 시술을 해 상해를 입혔다. 무려 36군데 얼굴 피부가 움푹 파이고 진물이 나오는 처참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한다. 피해자의 승낙을 받고 시술을 했으므로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가.

위법성조각사유로는 정당방위, 정당행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이 있다. 의사의 치료행위는 상해의 결과에 도달하더라도 처벌돼서는 안 될 필요성이 있다. 의료행위는 의사의 업무로 인한 행위로 정당하고(정당행위), 환자의 승낙을 전제로 위법하지 않기 때문이다(피해자의 승낙). 만약 의사가 적절한 주의 의무를 다해 처치한 것을 두고 형사처벌을 한다면 의료행위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입법적 고려다.

이 같은 의사의 치료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영역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현대과학과 주의 의무를 준수한 행위여야 하고, 피해자의 승낙을 넘어서는 예상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해선 안된다. 따라서 의사는 의료현장에서 치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처치기술과 의료기기 사용법을 사전에 충분히 익히고, 예상될 수 있는 문제점을 고려해 주의 깊은 의술을 행해야 한다. 또 부작용에 대해 미리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 유효한 승낙을 받아야 한다. 이 사안에서 B씨는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는가.

B씨는 다른 병원 피부과에 근무한 적이 있었으나, 피부과 전문의에 비해 숙련된 의술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B씨 스스로도 환자를 상대로 한 시술을 바로 하지 못하고 직원에게 무료 시술을 한 것이다. 그런 B씨가 해당 기계를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음에도 정확한 사용법을 미리 숙지하지 않았고, 시술 중 의료기기 판매직원에게 세 차례나 전화로 문의했다고 하니 의료과오가 맞다. 그런데도 B씨는 겁 없이 피해자의 얼굴 레이저를 조사했고, 레이저 강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는 바람에 피해자에게 막대한 신체침해의 결과를 입혔다.

B씨의 행위는 상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하고, 정당행위로 볼 수 없으며, 유효한 피해자의 승낙을 얻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B씨는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될 수 있으며, 의료과실로 인한 배상책임도 져야 한다.

그 외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 사안은 변호사의 변론행위다. 변호사는 변론의 필요상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으나, 범인은닉·위증·증거인멸을 적극적으로 교사하는 것은 금지된다. 또 브로커로부터 사건을 조달받거나 명의를 대여하는 행위도 변호사법에 따라 처벌된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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