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함정수사에 희생된 성매매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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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0 07:31  |  수정 2018-04-20 07:31  |  발행일 2018-04-20 제8면
[변호인 리포트] 함정수사에 희생된 성매매 여성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지난 2월25일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의 함정수사 과정에서 사망한 여성의 유족에게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피의자가 모텔 6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건으로, 국가 배상 책임액은 1억6천만원이었다. 앞서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6명은 성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 함정수사를 펼쳤다. 경찰관들은 모텔에서 티켓다방에 전화해 성매매 여성을 요청했고, 25세의 여성 피의자가 모텔에 도착했다. 여성이 돈을 받고 샤워하러 간 사이 4명의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동행을 요구했으니, 수사기관의 계략에 빠진 피의자는 옷을 벗은 채로 얼마나 난감했겠는가. 수치심과 공포심을 느낀 피의자는 옷 입을 시간을 달라고 하고는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하고 말았다. 이 같은 함정수사는 적법한가. 그리고 성매매특별법으로 기소됐다면 피의자는 유죄인가. 이는 국가와 국민 간 신의의 문제다.

수사는 국가기관의 활동이고 공권력을 동원한 우월적 행위이므로 신의에 부합해야 하고 비례성을 갖춰야 한다. 함정수사는 수사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과 관련해 항상 비판받아 왔다. 과거 수사실무와 조폭영화에서 확인되듯이 마약범·조직범죄에는 함정수사가 필요악이었다. 조직적이고 은밀한 범죄의 성격을 고려한 극단적 조치로 이해됐다. 함정수사는 수사의 효과성 측면에서는 우수한 수사기법이 맞다. 그런데 이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고, 도덕적 비난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형사소송법은 강제수사법정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함정수사를 강제수사라고 본다면 법에 없는 함정수사는 항상 위법하다. 반면 임의수사라고 본다면 당사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한해 위법하다.

함정수사의 본고장인 미국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1932년 ‘Sorrels v. U.S, 287 U.S. 453’ 판결에서 함정수사 항변을 최초로 인정한 후 1958년 ‘Sherman v. U.S. 356 U.S. 369’ 사건에서 기준이 정해졌다. 애초부터 범의를 가진 자에게 기회를 준 것에 불과했다면 적법, 범의가 없던 자를 부추겨 범행하게 했다면 위법하다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도 본래부터 범의를 가진 자에게 기회를 주거나 용이하게 한 것은 함정수사가 아니거나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판시해 미국과 흡사하다. 다만 위법한 함정수사인지는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피의자의 내심을 기준으로 한 주관설에다가 객관적 요소를 보충하고 있다.

함정수사는 유인한 수사기관에 귀책이 있고, 국가기관이 사술·계략을 씀은 사법정의 대신 사법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므로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반면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마약·조직·매춘 범죄에 한해 허용될 수 있다. 위 사건은 경찰의 무리한 함정수사로 범의가 없던 여성이 모텔에 불려나와 참변을 당한 점에서 범의가 유발된 수사였고, 그 위법의 정도가 중하다. 대법원도 2008도7362 판결에서 경찰관이 ‘노래방의 도우미 알선영업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해 그에 대한 제보나 첩보가 없는데도 손님을 가장하고 들어가 단속에 성공한 사건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 피의자는 살아서 단속됐더라도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됐을 것이다. 위 사건 판결은 민사판결이라 정면으로 함정수사의 위법을 논하는 대신 우발적 사고방지의무 위반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함정수사 자체가 위법하고 희생자가 발생했으므로 배상책임은 당연하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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