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대구교육박물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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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31   |  발행일 2018-08-31 제40면   |  수정 2018-09-21
사라져가는 학교의 기억…대구교육史 체험 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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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박물관 전경. 폐교된 대동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지난 6월에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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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로비 홀에는 갤러리 공간인 교육박물관을 상징하는 대형연필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대구는 ‘대한민국 교육의 수도’를 지향하고 있다. 높은 교육열과 진학률을 내세우지만 정작 학교 밖의 교육문화적 인프라에 대해서는 내세울 것이 무엇인지 부정적이었다. 다행히도 최근 우리 도시 안에서 새로운 교육적 문화공간 ‘대구교육박물관’이 탄생했다. 옛 대동초등학교(북구 대동로 1길 40) 건물을 리모델링, 지난 6월15일 개관했다. 박물관하면 오래된 과거의 역사적 유물을 전시 보존한다는 박제된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현대사회에는 다양한 콘텐츠의 박물관이 생겨나고 있다. 박물관은 문명과 인간 생활의 변화에 따라서 소멸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하는 시간의 박제(剝製) 공간이다.

◆교육, 학교의 변화

조선 태조는 나라를 세우면서 1392년 한양에는 성균관, 지방에는 향교를 설치했다. 1543년 최초의 백운동서원(소수서원)이 세워지면서 지방의 사학(私學) 서원시대가 열렸다. 1871년 서원 철폐령이 내려졌지만 47개는 현재까지 남아있고 그 서원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소학교로 불리는 최초의 초등교육기관은 갑오개혁 이후 근대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부터 ‘국민학교’로 호칭되었고 광복 50주년을 맞아 김영삼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 일환으로 1996년부터는 ‘초등학교’로 불린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은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 ‘폴크스 슐레’(Volksschule) 교육을 상징하던 명칭으로 일제강점기 황국신민을 양성한다는 교육정책의 발로였다.

기성세대는 국민학교 시대의 기억이 아스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교문을 들어서면 플라타너스 그늘의 운동장이 있고 태극기 국기게양대가 중심인 학교는 항상 반듯한 대칭 건물이었다. 교사동 앞에는 학년별로 구획된 화단과 세종대왕, 이순신, 신사임당의 동상과 조형물이 서 있었다. 아침 조회시간이면 땡볕 아래 열중쉬어 자세로 교장 선생님 훈시를 들었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국기 하강식 때는 그 자리에서 부동자세였다.

오늘날 시골과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오래된 학교가 폐교되고 있다. 100년이 넘게 수많은 학생을 배출한 학교의 역사도, 이름도, 땅의 흔적도 사라져 버린다.

대구교육역사 한눈에
영남권 첫 교육박물관 유물 2만점 전시
식민∼민주화, 교육의 가치 변모과정

옛 대동初 리모델링…ㄷ자형 건물 배치
‘교육수도 대구’ 사인보드 벽면 경쾌함
과거 학교 흔적, 보물찾기처럼 남겨
1층 로비 확장설계, 대형연필 조형물
주제별 전시…지루하지 않게 동선 구성

◆교육박물관의 건축

부지면적 1만4천2㎡에 연면적 5천270㎡ 규모의 박물관은 대구의 교육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종합 교육문화 공간으로 영남권 최초의 교육박물관이다. 대구시교육청이 3년간 준비해 지역 인사들과 기관 및 시민의 기증으로 수집한 2만여 점의 교육 관련 유물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경북대 북쪽 복현오거리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대동초등이었던 운동장 마당은 넓은 주차 공간과 여유로운 정원을 제공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서쪽의 정문으로 진입하면 두 동의 나란한 건물 측면을 만나게 된다. 두 건물 사이에 비워진 중정 공간을 통해 주진입 동선을 형성하고 있다. 동쪽의 막힌 벽면은 두 건물을 연결하는 복도로서 전체적으로 4층 ㄷ자 형태의 건물 배치다.

과거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건물의 전면은 컬러 폴리카보네이트 재료를 사용, 현대감각의 가벼운 입면으로 재구성하였다. 진입 주차마당에서 보면 건물 측벽 면이 정면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대한민국 교육의 수도, 대구’라는 사인보드 벽이 경쾌함을 준다. 과거 학교의 흔적은 북측의 입면 한 부분을 보물찾기처럼 그대로 남겨두어서 학교를 거쳐 간 졸업생들에게 회상의 편린이 되게 하였다.

남측 건물 1층 출입문을 들어서면 로비홀을 만난다. 학교 건물의 한계를 극복해 2개 층 구조를 오픈, 박물관 메인공간으로서의 상징 확장공간으로 설계했다. 교육을 상징하는 듯 오랜지색 대형연필 조형물은 바닥에 글씨를 남겼다. ‘꿈을 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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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박물관의 전시공간

박물관 전체 기능은 크게 전시실과 체험학습실로 구성된다. 기획전시실을 비롯해 교육역사관, 대구교육관, 문화체험실, 학교체험, 무빙 VR실 등 다양한 전시와 교육체험프로그램과 교원 직무교육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2개동 건물 4개 층과 복도를 연결하는 전시동선은 상하좌우로 이동하면서 가끔 위치와 방향성을 잊어버리게도 하지만 주제별 전시공간의 연속성은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고 있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한국전쟁, 대구피란학교 - 전쟁 속의 아이들’을 전시한다. 기획전시실의 전시는 주제별로 연간 2회 예정돼 있다. 교육역사관에서는 우리말 말살의 일제 식민교육, 조국 광복운동, 6·25전쟁의 피란학교, 근대산업시대, 민주화 등을 통해 교육의 가치와 변모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1937년에 기록된 한국판 ‘안네의 일기’는 박물관 5대 유물 중 하나로 일제강점기의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자료이다.

변우용 선생의 평생 교직 유물을 전시하는 금계 기증실, 유아교육관, 특수교육실 등의 전시관이 있다.

◆사라지는 학교

학교가 폐교하거나 이전하면서 이를 리모델링한 사례가 많아졌다. 도시 외곽의 폐교들은 예술가들의 작업장이나 문화공간으로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정작 학교와 교육의 역사를 담는 교육박물관으로의 재탄생은 늦은 감이 있다. 타 기능으로 전환하더라도 사라지기 전 학교의 모형이라도 운동장 한편에 세운다든지 또는 교실 한 칸에 그 학교의 기록, 출신 학생들의 명부는 남기고 보존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터시티건축대표·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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