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전국 무용제 대통령상’ 노진환 댄스프로젝트 대표·안무가

  • 유승진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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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6   |  발행일 2018-10-06 제22면   |  수정 2018-10-06
“대구 춤은 늘 하던 것, 예전 것 답습…정해진 틀 깰 의지와 용기 가져라”

대구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무용도시다. 지역 공연장 곳곳에서 무용 공연이 펼쳐지고 있고, 활동하고 있는 무용단이 30여개에 이른다. 무용의 도시답게 실력파 무용인도 많다. 최근에는 노진환 댄스프로젝트의 대표 노진환씨(46)가 큰 상을 받았다. 지난달 열린 ‘제27회 전국무용제’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대구에서는 주연희(제1회 전국무용제), 김현태(제19회 전국무용제)에 이어 세 번째 수상이다. 2019년 전국무용제가 대구에서 열리는 터라 더욱 뜻깊은 소식이다. 노진환 안무가를 계명대에서 만났다. 노씨는 계명대 무용과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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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환 댄스프로젝트 대표가 대구 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 춤 파워있고 재미…가능성 풍부
대구만의 춤과 동작 정립할 필요있어

현대사 주제 모던타임즈로 대통령상
대구에선 주연희·김현태 이어 세번째
분단·민주화·산업·근대화 과정 표현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구성은 안해
현대인에 위안 될 따뜻한 작품 만들고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열정 다하겠다

▶대통령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주변에 저를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이 축하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큰 상을 받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지, 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 다른 큰 숙제가 생긴 것 같다.”

▶대통령상을 받은 ‘모던타임즈’는 어떤 작품인가.

“모던타임즈는 우리 현대사를 주제로 했다. 분단·민주화·산업화·근대화의 과정을 압축해서 표현했다. 먼저 사셨던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무용수들에게도 우리의 현대사를 사셨던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면서 춤을 추자고 강조했다.”

▶‘모던타임즈’는 2009년 초연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초연작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2009년 작품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그때는 공돌이·공순이로 불리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했다.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한국적인 배경을 넣었다. 이번 작품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100년에 걸친 우리의 현대사를 넣었다. 초연 작품에 산업화의 장면만 있다면, 이번에는 우리 현대사 전체를 다뤘다.”

▶특히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이 있다. 총 8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데, 정상회담처럼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을 사이로 남과 북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과 북이 여러 이야기를 나누지만 결론적으로 아직 분단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그 속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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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무용을 하게 됐나.

“어릴 적 음악을 참 좋아했다. 운동도 좋아했는데, 부모님께 차마 예술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 때 병에 걸려 수술을 하고 병원에 혼자 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스스로에게 ‘너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무엇을 더 좋아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음악과 춤, 운동을 모두 잡고 싶어 무용을 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무용을 시작하게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무용수 시절은 어땠나.

“지금은 안무가면서 춤을 추고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춤만 추던 무용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춤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스타일을 경험하고, 제가 원하는 동작을 갖게 됐다. 무용수 시절은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었고, 자유로웠으며 나름 순수했다. 무용수 시절 2개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대학교 2학년때 ‘살풀이 연작시리즈’라는 작품을 교수님들과 함께했는데, 당시 교수님들의 나이가 40대 후반이었다. 그 나이에도 열심히 하는 모습과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안무도 하고 춤도 추는 그런 안무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그때 하게 됐다. ‘홍재동 33-1번지’라는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춤 페스티벌에 나간 작품인데 아들 역할을 맡았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나 할 정도로 스스로 놀란 작품이었다.”

▶안무가로 데뷔한 작품을 기억하나.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데, 제1회 전국차세대안무가전에 출품한 ‘그녀가 흐느끼고 있었다’가 안무가 데뷔작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겪는 여러 가지 아픔을 표현했다.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이 담긴 작품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당시에는 생소한 주제였다. 첫 출전인데도 우수상을 받았다.”

▶대구무용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대구 춤은 파워풀하고 재미가 있다. 다만 아직 대구 춤에 대한 정립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대구는 늘 하던 것, 예전에 했던 것을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대구만의 춤과 동작이 무엇인지 정립할 필요가 있고, 무용수들도 정해진 틀을 깰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안무를 평가한다면.

“아직 내 작품의 색을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한국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과 구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매력이 없다. 내 몸과 내 생각에서 나온 동작과 구성이 제일 신선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현대 무용의 트렌드가 계속 바뀌고 있다. 영상을 활용하거나 연극적 요소를 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예술가라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똑같이 행해진다면 문제가 있다. 해설이 있는 공연이 유행이었다고 전부 해설이 있는 공연을 하고, 영상을 활용했다고 너도나도 영상을 활용하면 결국 다 똑같아 지는 것 아니냐.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관객과 토론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면 다음에는 다른 새로운 것을 해보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큰 상을 받고 나서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겨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안무가로 교육자로 열심히 임할 생각이다.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무용을 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표본이 되는 것이다. ‘빨리 성공하기 위해 활동하는 선배가 아니라 행복하게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라는 말을 듣고 싶다. 소외된 사람들과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따뜻한 작품도 만들고 싶다.”

글=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주요경력

노진환댄스프로젝트 대표, 전 대구시립무용단 트레이너,
2009 PAF안무가상 수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 선정

◆ 주요작품

‘모던타임즈’ ‘눈먼사람들의 여행’ ‘죽음을 기억하라’ ‘엄마찾아 3만리’ ‘take(잘 지내요…)’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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