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버스커…늦은밤까지 이어지는 버스킹 버라이어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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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2   |  발행일 2019-02-22 제34면   |  수정 2019-02-22
■ 김광석 길 ‘줌인’ - 버스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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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길에서 처음 몸으로 하는 1인 버스킹시대를 연 연극인 이재선씨의 극장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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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석과 손정우(왼쪽)가 콘서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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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장애인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실력파 통기타가수엄덕수. 지난해 11월부터 치즈짬뽕으로 유명한 식당 ‘배추한잎’에서 매일 라이브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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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부터 김광석길 버스커로 활동 중인 신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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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키 보이스가 인상적인 통기타 가수 류한씨는 2개월 전에 결혼한 아내와 함께 자신의 가게 앞 버스킹 포인트에 앉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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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노래하는 화가로 활동 중인 계명대 서양화과 출신의 이경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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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필선씨가 가게에서 반주기 없이 라이브로 노래하고 있다.


박푸른숲·이소담·채환·이재선
테마송·요들송·히든싱어 등 포진


김광석길의 대표 상품은 단연 ‘버스킹’이다.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야외공연장인 콘서트홀을 비롯, 김광석길 중간에 있는 3군데 버스킹존, 최근 새롭게 조성된 방천시장 내 1개포인트를 포함 모두 5군데 정도 된다. 그밖에 통기타 라이브 업소로 라이브바 ‘이어부르기’, 치즈짬뽕으로 유명한 ‘배추한잎’, 황토가마 파막창구이로 유명한 ‘300℃’, 동곡막걸리 등 4곳이다.

영주에 머물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박푸른숲과 도길영 김광석길상인회장이 손을 잡고 최근 김광석길 테마송 ‘김광석거리에서 만나다’를 만들었다. 오는 3월2일 오후 1시 김광석길 콘서트홀에서 이 곡 발표를 위한 박푸른숲의 콘서트가 열린다. 향후 그는 매월 첫 토요일 여기서 월례 콘서트를 열 작정이다.

경남 통영 출신의 이소담씨는 지역의 유일한 요들송 전문 요들러. 마산으로 건너간 뒤 10대 때부터 요들송을 부르기 시작해 43년간 요들송 외길을 걷고 있다. 15년 전부터 통기타 버스킹을 시작했고 최근 김광석길로 거점을 옮겼다. 현재 김광석길 길영LP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이번 박푸른숲 공연에도 출연한다.

2013년 JTBC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서 2등을 차지해 졸지에 전국구 포크싱어가 된 채환(이헌승·45). 그는 ‘채환홀’을 차렸다. 주말마다 ‘마흔즈음에’란 부제를 단 김광석 노래를 위한 뮤지컬 같은 논픽션 모노드라마를 채환홀에서 공연한다.

한때 가족 모두 콜롬비아로 이민을 떠났다 귀국한 멀티플레이어 연극인 이재선씨. 그는 2013년 이 거리에서 처음으로 동상퍼포먼스 등 몸으로 하는 1인버스킹을 했고 2016년 ‘이재선신체극연구소’란 전용 극장을 오픈, 주말 오후 3시와 5시에 무료로 ‘이등병의편지’란 유럽스타일의 미니멀리즘 연극 ‘이등병의 편지’를 공연한다.

현재 이 길의 버스킹 수준은 고르지 않다. 누구나 허락받지 않고 맘대로 노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함량미달 버스커를 통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는 상태다. 향후 버스킹문화를 제고할 수 있는 (가칭)‘김광석길 버스킹문화발전위원회’ 같은 게 생겨나면 어떨까. 누구나 노래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부를 수 없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라이브바 ‘이어부르기’ 구본석
뮤지션과 의기투합 버스킹팀 결성


이 골목의 8년차 버스커 구본석. 현재 버스킹 동료인 채의진씨와 함께 방천시장 메인 스트리트 중간 한우갈비 전문 대한뉴스 건물 3층에서 라이브바 ‘이어부르기’를 운영하고 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응용설계과를 나와 구미산단의 한 업체에서 휴대폰 설계 기술팀 차장으로 일을 했지만 늘 음악이 아쉬웠다. 고등학교 시절 다운타운 라이브클럽, 동성로 시계탑 근처 광장호프 등에서 많이 놀았다. 취업한 뒤 10년간 음악을 중단했다. 이후 독립해 특수금속을 이용한 안경제조업체 <주>이노디자인 대표가 된다. 돈이 생겨서 연습실을 경북대 북문 근처에 차린다. 이름은 ‘다락’. 거기서 ‘다락밴드’가 탄생된다.

그렇게 5년 정도 다락에 머물다가 어느 날 버스커로 변신한다. 블루스기타리스트 김종락을 통해 김광석 동상을 만든 조각가 손영복을 소개받는다. 그때 비로소 김광석길이 버스킹하기 딱 좋은 공간이란 걸 발견한다. 그런 과정에 뮤지션 김강주 등과 함께 ‘서이프로젝트’를 결성한다. 2016년 다락은 문닫고 그래서 더 이 골목에 올인할 수 있었다.

그 여정에서 만난 손정우, 채의진, 여성 통기타가수 조진영 등과 손을 잡고 ‘김광석길 버스킹팀’이랄 수 있는 ‘이어부르기팀’을 결성한다. 따뜻해지면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야외공연이 금지되는 밤 9시까지 줄기차게 버스킹을 잇는다. 한 명당 30분 정도 공연한 뒤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건네준다.

임재범 목소리톤 빼닮은 손정우
레퍼토리 두둑한 목소리 깡패


한 성깔하는 목소리를 가진 손정우씨. 그의 삶은 상당히 멀티플하다. 대구보건대에서 물리치료학, 나중에 대구한의대에서 환경보건학과 공중보건학을 익힌다. 남구 대명동에서 조그마한 노인요양원과 노인주간보호센터를 꾸려간다. 30대초 그는 하루 2시간을 자면서 물리치료사, 편의점 알바, 통기타가수, 대학강사, 자영업 등을 동시에 주무르며 6년을 보낸다. 대구한의대에선 한샘합창단 멤버로 특유의 음색을 발휘한다. 이어 통기타 서클 ‘한올돛대’를 창립한다. 그 저력을 앞세우고 1985년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에 동시 출전, 천승영 작사·작곡 ‘하늬바람 한올돛배’를 불렀다. 동성로에서 한때 라이브클럽 가수로 활동했다. 이후 가수보다는 봉사의 길로 기운다. 2003년 최재관, 김태현 등이 축이 된 ‘길사모(길거리공연을 사랑하는 모임)’에도 가담한다.

그에겐 김광석길이 더없이 좋았다. 2014년부터 이 언저리의 캐릭터 버스커로 주목받는다. 임재범 목소리톤을 빼닮은 그는 몇 가지 닉네임을 갖고 있다. 하나는 ‘목소리 깡패’인데 한 대학 후배가 그런 별명을 붙여줬다. 또 하나는 ‘샘손(Sam son)’. 샘은 그가 키우다가 작별한 반려견 이름이고 손은 그의 성이다. 그는 전천후 버스커, 추위불문이다. 레퍼토리가 상당히 두둑하다. 1천500곡 이상의 대중가요와 팝송을 소화시킬 수 있다.

‘대구의 조용필’ 엄덕수
노래로 장애 극복, 희망 메시지


‘대구의 조용필’이란 닉네임으로 불릴 만큼 그의 음색은 조용필스럽다. 장애 때문에 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는 대한민국서예전람회에서 4회 입선을 했고 영남서예대전에서 대상(대구시장상)을 받은 실력파 서예인이기도 하다. 또 KBS전국장애인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해 각 언론에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소개됐다. 예순을 바라보는 그는 자신의 노래가 장애를 넘어서려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 되길 원한다. 장소도 불문. 한때는 대명동 앞산 맛둘레길에 있는 한 메밀집에서도 노래했다.

35년간 통기타연주자로 활동 중인 그는 TBC 청춘버스킹에도 출연했고 6년 전부터는 동성로 대백무대, 이어 수성못을 거쳐 3년 전 김광석길로 건너왔다. 그는 지역 버스커 중에서도 세대를 아우를 정도로 레퍼토리가 풍부하다.

관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통기타와 반주기를 고루 사용해 공연한다.

지난해 11월 치즈짬뽕으로 유명한 김광석길 ‘배추한잎’과 손을 잡았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오후 7시30분 첫타임에 이어 2번 정도 더 라이브 공연을 한다.

015B 멤버가 될 뻔한 신폴
자유롭게 넘나드는 김광석 리스트


그는 이번 겨울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카트에 스피커를 싣고 콘서트홀 앞 버스킹 포인트로 왔다. 4년 전 이 길에 처음 나타났는데 상인들과 친해지는데 적잖은 진통을 겪기도 했다. 본명은 신재범, 닉네임은 ‘신폴’이다. 94년 직장생활을 하는 바람에 그 유명한 015B 멤버가 될 뻔 했다가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김광석의 주옥 같은 리스트 20여곡은 통기타만으로 자유롭게 칠 수 있다.

류한·이경태·최기원·이은·배필선
김광석 노래=삶으로 사는 사람들


김광석길 남쪽 끄트머리 흑백사진관 초록우체부 옆에 있는 류한 기타숍 겸 상아 헤어숍. 매일 가게 앞 간이무대에서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류한씨. 그의 아내는 이 가게에서 미리 예약한 손님의 머리카락을 만져주는 헤어디자이너. 둘은 지난해 10월26일 부부가 됐다. 돈이 없어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아내는 2013년 겨울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이 자리에서 상아미용실을 차렸다. 매일매일이 고달픔의 연속. 그런 어느 새벽, 한 남성이 신세 한탄조로 통기타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 걸 선몽처럼 듣게 됐다. 그녀는 그가 부른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 울컥할 정도로 감동했다. 그 노래 때문에 피아노에 이어 통기타까지 배우게 된다. 어느 날 운명의 그 남자가 자기 미용실에 나타난다. 가게 앞에 내걸린 구제의류를 사기 위해 들어온 것. 새벽의 그 노래 주인공이란 사실을 까맣게 모른 상태였다. 둘은 단번에 서로 호감을 느꼈다. 둘은 근처 술집에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카우보이 모자에 특이한 레이드업 버전의 롱코트, 한 밤에도 선글라스를 고집하는 배우 최민수를 닮은 류한씨.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허스키하다. 야생마의 갈기 같다. 먹고 살기 위해 나이트클럽부터 다운타운 통기타가수까지 여러 음악 장르를 오르내렸다. 목을 너무 혹사시켰다. 하지만 생계의 높은 벽은 정말 넘기 힘들었다. 음악을 잠시 그만둔 그는 대성산업 LPG 검사실에서 근무하다 다시 야생마로 돌아왔다. 1층에는 녹음실도 있다. 거기서 ‘시간이 준 선물’ ‘갑질이 뭐라고’ 등이 담긴 2장의 음반을 만들었다. 지금도 버스커 손정우, 이 골목의 노래 부르는 화가로 불리는 이경태씨를 불러 직접 음반 파일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화가 이씨는 영천 출신으로 계명대 서양화과를 나왔으며 15년간 구미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2년 전 김광석길로 진출했다. 주말에는 오전 10시에 나와 밤 11시까지 머문다. 초상화와 캐리커처를 잘 그린다. 아주 담담한 보이스컬러를 가진 그는 검정 헌팅캡을 쓰고 테일러 통기타를 품고 음유시인처럼 읊조린다. 후배 버스커 목요커 등 3명의 후배도 죽이 맞아 곧잘 여기 무대에 놀러온다.

류한은 틈만 나면 라이브가 있고 계란 올린 도시락밥이 인상적인 ‘동곡막걸리’로 건너간다. 거기에는 같은 처지의 가수인 최기원과 이은씨가 있어 더 흥겹다. 둘은 매일 오후 8시에서 4시간 주막버스킹을 주도한다. 최기원은 20세부터 나이트클럽 무대를 주름잡았다. 중간에 12년간 다른 길을 갔다. 6년전 다시 뮤즈를 만났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만든 다무스, 이어 7인조 록밴드 오르페우스를 만들었다. 그는 2017년 MBC그룹사운드경연대회 CF모델이 되기도 한다. 83년 MBC대학가요제에 출전하려고 ‘잘못했어’ ‘경아’ 등 두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근처에 있는 막창집 ‘350℃’에는 반주기를 사용하지 않고 어쿠스틱하게 통기타를 치는 가수 배필선이 주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94년 제대 후 ‘블루노트’에서 세컨드기타를 치며 노래했는데 서울 동아기획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청운의 꿈을 품고 데모테이프를 만들다가 팀이 해체됐다. 2000년부터는 핑거스타일 기타연주 대가인 토미 엠마뉴엘에게 반해 30여곡의 핑거스타일 연주곡을 암보하기도 했다. 그는 1인3역. 노래도 하고 요리도 하고 원하면 손님 자리 옆에서 생짜로 통기타를 쳐준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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