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믿음에 의문…네가 본 것은 사실일까”…독일서 귀국후 첫 개인전 여는 박인성 인터뷰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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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4   |  발행일 2019-09-24 제24면   |  수정 2019-09-24
20190924
박인성 작가가 ‘색(色)’이라고 믿고 부유하다보면 ‘공(空)’이 되는 그의 작품 ‘Floated Documentary’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박인성 작가가 독일 뉘른베르크 예술대학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10월19일까지 을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부유하는 기록물(Floated Documentary)’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다. 그것도 아주 까다로운.

내달 19일까지 을갤러리서 열려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로 스캔
추상적인 새 이미지가 착시 유도
극단의 개념 비교·실험하는 작업


전시장을 들어서면 3면의 벽 각각에 검은 모니터 화면이 걸려 있다. 화면에는 암호같은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된 글자가 점멸하고 있다. 블루와 그린, 레드의 색상값인 컬러차트의 코드다. 더불어 2층까지 트인 천장의 3면에서는 블루와 그린, 레드의 LED 조명이 각각 쏟아져 전시장 안을 가득 채운다. 처음 뚜렷했던 블루와 그린, 레드의 스펙트럼이 확장되면서 그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은 금방이다. 명확하던 색들이 섞이면서 원래의 색이 사라지는 그 순간, 그의 작품이 질문을 던진다. ‘네가 본 레드가 레드가 맞아?’

그가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부유’하다 보면 두번째 전시장을 마주한다. 이곳에서 작가는 첫번째 설치작업의 개념들을 평면작업으로 펼쳐 보인다.

컬러차트의 코드로 호명된 컬러를 사진기로 찍은 뒤 그 네거티브 필름을 스캔한 것들이다. 필름이라는 아날로그적인 매체를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화하여 선보이는 작업이다. 그는 이 작업을 ‘스캔 그래피’라고 불렀다. 잘린 필름은 스캐너 위에서 구겨지고 겹쳐지면서 추상적인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진다.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화되는 과정이다. 변형되고 가공된 이미지는 의도적으로 착시를 유도하며 또다른 질문을 던진다. ‘네가 본 것이 정말 사실이야?’

“꼼꼼하며 비관적인 성격”이라는 그는 자주 의심하고 많이 고민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던진 끊임없는 질문이 작업의 출발”이라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중계매체인 ‘스캐너’를 작업의 수단으로 삼아 경계를 무너뜨리고 양극단의 개념을 중간자적 포지션으로 끌어들여 비교·실험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red032c’라는 코드로 호명되는 빨강은 하나이지만, 빨강이라고 했을 때 각자의 머릿속에 떠올리는 색은 천차만별이다. 빨강이라는 명확한 상징성과 객관성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절대적인 사실성에 대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스캔 그래피 시리즈는 네거티브 필름의 필름바를 잘라 새로 겹쳐 붙인 후, 스캔해 하나의 사진회화를 만들어내는 나만의 독특한 작업 과정이다. 필름으로 찍은 사진은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을 담보하지만(한다고 믿지만) 이것이 디지털 이미지로 스캔되면서 사실성과 객관성은 사라진다.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색 또는 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전시다.”

그는 이번 첫 개인전에 이어 10월 말에는 토탈미술관 초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주제로 한 로드쇼 형식의 중국 상하이 전시회 ‘충칭에서 상해까지’에 참여한다. 안동 임청각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준비 중이다. 김해비엔날레와 대구아트스퀘어 청년미술프로젝트 참여 등도 예정되어 있다.

“아날로그 필름을 통해 생성된 디지털 이미지로 다른 매체로부터 도출해낼 수 있는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려 했다”는 그는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그동안 무심코 받아들여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과 삶에 대해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해답들이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쌓여갈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글·사진=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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