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까지 물 차고 곳곳에 정전…야구장은 흔적없이 사라져”

  • 경북부,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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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4 07:10  |  수정 2019-10-04 09:11  |  발행일 2019-10-04 제8면
태풍 ‘미탁’ 지나간 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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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내남면 명계리 진입로가 200m가량 유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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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강구면 강구시장 인근 주택가에서 주민이 침수된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등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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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 울진읍 공세항길 한 주택에서 소방·경찰 인력이 흙더미에 묻힌 사람을 구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몰된 김모씨 부부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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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외동읍 문산리 우박교가 내려앉아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독자·경주시·울진군 제공>

제18호 태풍 ‘미탁’이 경북에서 사망 6명, 실종 1명, 실종 추정 1명 등의 인명 피해를 내고 소멸했다.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은 특히 동해안 지역에 도로 침수, 열차 탈선, 산사태, 농작물 침수 등 큰 피해를 남겼다.

울진, 시간당 91㎜ 폭우에 큰피해
영덕, 강구시장 등 270 가구 침수
포항, 공무원 1천여명 복구 작업
울릉, 일주도로에 낙석 교통통제
성주, 농로유실에 2m싱크홀 발생

◆울진

태풍이 할퀴고 간 울진은 처참했다. 60년 만에 맞은 물폭탄으로 2명이 숨지고 정전·침수·단전·산사태·도로유실 등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91㎜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3일 오전까지 500

㎜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3일 오전 9시6분쯤 울진군 울진읍 공세항길 주변 주택이 산사태로 붕괴돼 김모(67)·강모씨(62) 부부가 매몰돼 사망했다. 울진소방서는 ‘사람이 흙에 묻혔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수색한 끝에 부부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국도 7호선, 36호선, 지방도 917호선, 군도 및 농어촌도로 등 10개소가 낙석피해를 입었으며 국도 88호선 도로(온정~영양)가 단절됐다.

울진군은 지난 2일부터 전 직원 비상근무에 돌입해 이날 밤 11시50분을 기해 저지대 침수위험지역인 3개 지구 850가구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9개 읍·면 390명이 안전지역으로 대피했다. 강모씨(69·울진읍)는 “밤 11시쯤 물이 조금씩 마당까지 왔다가 정전이 돼 순식간에 시장 안이 침수되기 시작했다”면서 “새벽부터 정리하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울진군은 3일 전찬걸 군수 주재로 태풍피해 복구 대책회의를 열고 신속한 응급복구와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공무원 및 유관기관 인력 1천300여명과 장비 54대를 투입해 현장 응급복구 실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울진군은 피해복구를 위해 5~7일 예정됐던 제16회 울진금강송송이축제와 친환경농산물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영덕

영덕에도 평균 332㎜의 집중호우가 내려 1명이 숨지고 46개 마을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3일 오전 1시30분쯤 축산면 경정리에서 경사지의 토사가 주택을 덮쳐 A씨(여·59)가 숨지고 함께 있던 남편 B씨(66)가 다쳤다. 영덕군은 사고 당시 집중호우가 내린 상태에서 헐거워진 비탈면 토사가 이들 부부를 덮친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389㎜의 물폭탄을 맞은 영해면 8개 마을을 포함, 군내 9개 읍·면 모두 주택침수 등의 피해를 당했다. 또 산사태로 인한 도로사면 유실, 교량 유실, 파손 등 16건의 공공시설 피해가 집계됐다. 공공시설의 경우 산사태로 인한 도로사면 유실이 가장 많았으며, 일부 공사현장의 토사 유출과 달산면 국지도 69호선의 도로파손, 영해면 송천교 처짐 등 16곳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태풍 ‘콩레이’의 내습 당시 침수피해가 컸던 영덕은 이번에도 큰 피해를 당했다. 특히 강구시장은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다. 강구시장 70여 가구, 오포2리 100여 가구, 오포3리 30여 가구를 비롯해 영덕시장 인근 70여 가구도 침수됐다. 영덕읍 오십천의 영덕대교는 최대 위험치 4.2m 수위를 넘긴 6.65m를 기록했다.

◆포항

포항시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2명이 숨지고 1명 실종, 3명 부상 등 6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또 주택과 상가 등 83건의 침수피해와 3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포항시는 3일 오전 전체 공무원 수의 절반인 1천여명의 공무원을 읍·면·동 지역 태풍 피해 현장에 투입, 태풍잔해 복구와 현장 청소를 지원했다. 농작물 피해조사와 태풍에 따른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살균 소득 등 방역도 했다. 해병대 1사단과 자생·봉사단체 등도 복구 작업에 참여해 해안가 정비와 농작물 피해 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3일 0시10분쯤 포항 흥해읍 금장리에서 이모씨(여·72)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가 이날 오전 강 하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저지대에 있는 건물 배수구를 살피다가 발을 헛디뎌 인근 농수로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조사됐다. 오전 1시쯤에는 북구 기북면 대곡리에서 폭우로 주택이 쓰러져 노부부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박모씨(여·69)는 구조됐지만, 김모씨(72)는 이날 오후 1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선 지난 2일 밤 9시50분쯤에는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승용차가 물에 휩쓸려 하류로 떠내려갔다. 이를 목격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지점에서 1.5㎞ 떨어진 곳에서 차량을 발견했으나 운전자는 찾지 못했다. 이 차에는 인근 사찰 승려로 추정되는 운전자 1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로 인해 주택 등 각종 시설물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주택 29채, 시설 23곳, 도로 27개소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흥해읍 곡강야구장도 인근 하천이 범람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3일 오전 1시10분쯤 포항 형산강 형산교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이로 인해 남구 대송면에서는 주민 20여명이 임시로 대피했다가 3일 오전 귀가했다. 북구 청하·신광면 등 산사태 우려 지역 38가구 80여명의 주민도 인근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했다가 이날 오전 복귀했다. 2일 오후 3시쯤에는 포항 남구 송도동의 한 변압기에 벼락이 떨어져 주변 지역이 1시간 동안 정전됐다가 복구됐다.

3일 낮 12시30분쯤 남구 이동 S병원 인근 포항IC방면 희망대로 3차로에서는 도로가 내려앉았다. 침하된 도로는 직경 5m다. 포항시는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을 동원해 긴급 복구 작업을 펼쳤다.

◆경주·울릉

경주에는 주택과 차량 침수로 15명이 구조되거나 탈출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토함산에 319㎜의 폭우가, 23개 읍·면·동에 평균 186㎜의 비가 내렸다. 2일 밤 10시30분 보불로(감포삼거리~태영CC) 비탈면 붕괴 등 14건의 공공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밤 11시35분쯤엔 내남면 명계리 진입로 205호선의 200m 정도가 유실됐다. 이어 11시40분엔 외동읍 문산리 우박교가 붕괴돼 교통이 통제됐다. 3일 오전 7시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강동면 양동마을의 진입로가 침수되면서 기계천이 역류해 마을버스가 물에 잠겼다가 구조됐다.

울릉도에는 토사유출과 일주도로 곳곳에 낙석 발생으로 교통이 통제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3일 울릉군에 따르면 2일부터 순간 최대풍속 27.6m/s의 강풍과 함께 내린 비로 울릉군 북면 지역이 489.5㎜를 기록했다. 이번 폭우로 울릉읍 LH 임대주택 건설 현장의 경사면의 토사 400㎥가 유출됐으며 북면 나리분지 일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 울릉도 일주도로 6곳에 낙석이 떨어져 북면 일대와 울릉읍 사동리에서 서면 남양리까지 차량운행이 중단돼 주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동해상에 내린 태풍주의보로 인해 육지와 울릉도를 연결하는 여객선 운항이 2일부터 전면 통제됐다. 이르면 5일부터 정상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주·상주

성주는 평균 279.6㎜의 강우량을 기록했으며 수륜면에서는 최대 340㎜의 강우량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일 오후 8시30분쯤 성주 대가면에서 김모씨(76)가 농수로 배수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김씨는 집중호우로 배수로가 막힐 것으로 예상해 물빠짐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남면 성원리 황신들, 동암지 동암들, 용암면 선송리 칠성마을 앞들 등 농경지 32㏊가 침수됐으며 성주읍 경산리 드림뷰 아파트 인근, 선남면 관화리 주유소(1곳)·상가(10곳) 등이 침수됐다. 초전면 칠선교 인근도 침수됐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주민대피도 잇따랐다. 성주읍 예산2리 교촌마을 8가구 20명, 금수면 광산1리와 어은1리 2가구 3명, 초전면 대장4리 1가구 2명, 월항면 대산리 8가구 14명이 임시 대피하기도 했다. 금수면 봉두리 국도 30호선 도로 30m가 유실됐으며 가천면 화죽리 농어촌 도로는 2m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했다. 용암면 본리1리 귀평리 마을 안길과 용암면 덕평리 우미기 마을 농로도 유실됐다. 성주일반산업단지 유수지 월류로 교촌마을안길이 침수됐다. 성주군은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을 동원해 응급복구에 나서고 있다.

3일 오전 8시쯤 상주 인봉동 주택가 담장이 7m가량 넘어져 옆 골목에 세워뒀던 자동차 5대가 파손됐다. 이날 오전 외서면 우산리 산 35의 33 일대에는 흙더미가 무너져 내려 주택 1채와 창고가 반파됐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모동면 반계리의 하천 제방이 30m 정도 유실돼 토사가 유출되기도 했으나 바로 복구됐으며 후속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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