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겨울바람 청춘, 부디 아프지 마라

  • 이은경
  • |
  • 입력 2019-11-20   |  발행일 2019-11-20 제30면   |  수정 2020-09-08
대학입시가 인생의 큰 마디
저마다 아쉬움과 후회 간직
겨울바람 앞에 선 청춘이여
보이지않고 두렵고 낯선 길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길
[수요칼럼] 겨울바람 청춘, 부디 아프지 마라
지현배 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가을이라고 하기도, 겨울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산은 온통 가을 물이 들었다. 붉은색, 갈색, 때로는 노란색이 푸른색을 덮고 있다. 이달 초순이 입동이었으니 절기로는 이미 겨울이다. 때마침 ‘겨울왕국2’가 개봉한다. 2013년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는 2014년 1월에 개봉된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상, 아카데미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겨울왕국’의 주제곡인 ‘Let It Go’에서 비틀스의 ‘Let It Be’를 떠올린다. ‘Let It Be’는 1970년에 발표한 앨범으로, 팀의 12번째이자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이다. 타이틀 곡 제목도 ‘Let It Be’였다. ‘렛잇비’는 젊음을 대변했다. 청춘의 상징이었고, 기성 세대를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비틀스는 떠났지만, ‘Let It Be’는 유산으로 남아서 젊음을 대변하며 옹호했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갈망과 함께했다. 청춘의 상처를 치유했고 상처받은 영혼에 위안의 메시지가 되기도 했다.

“그대, 무엇인가를 견디느라 너무 힘들다면/ 눈물이 난다면/ 부디 동백꽃 보러 가시라./ 눈물 흘려서/ 어떻게 한겨울에 가장 싱싱한 초록빛이 되었는지/ 어떻게 폭설 속에 가장 붉은 불꽃이 되었는지/ 피는 것도 지는 것도 한 송이 전체로/ 단숨에 치열하게 피고 지는/ 일체 변명하거나 하소연하지 않는 꽃!/ 그대, 무엇인가를 견디느라 눈물 난다면/ 부디 동백꽃 피는 마을에 가 보시라.”(‘동백꽃’ 김경미)

오늘 여기에 견디기 힘든 시간을 맞은 청춘들이 있다. 부풀었던 기대가 허망하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나고 있음을 발견하는 이도 있다. 누군가에게 변명도 하소연도 할 수 없이 혼자 견디고 있는 설익은 어른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덧 ‘겨울’ 앞에 서서 찬바람을 견디고 있다. ‘동백꽃’을 보러 가라고 권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Let IT Be’를 들려주고 싶다. 이들에게 ‘Let It Go’를 들려주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입시가 인생의 큰 마디가 된 지 오래다. 수능 시험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운 사람보다는 무거운 사람이 훨씬 많다. 저마다 한두 가지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중위권 학생은 상위권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상위권은 상위권 성적임에도 아쉬움과 후회는 더 진할 수 있다. 수시 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했지만 최대 6군데를 지원했으므로, 합격 소식보다는 그렇지 않은 답을 더 많이 들을 수밖에 없다. 겨울바람 앞에 선 청춘들에게 시 한 편을 보낸다.

“어디선가/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멀리서 빈다’ 나태주)

겨울바람 앞에 선 ‘너’에게는 이 세상 어디에선가 이렇게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아 다오. 걸음마를 시작하던 너를 향해 기도하고, 넘어졌을 때 ‘툴툴’ 털고 일어설 수 있기를 응원하며, 방긋 웃음을 보일 때 내일도 그렇게 웃으라며 격려하던 사람이 있음을 기억해 다오.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기도하며 너를 위해 길을 내던 사람이 있었음을 외면하지 말아 다오. 그들이 오늘도 ‘부디 아프지 마라’고 기도하고 있음을 알아 다오.

‘겨울왕국2’의 주제곡은 ‘Into the Unknown’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숨겨진 세상’으로 번역된 이 제목은 ‘보이지 않지만, 가야만 하는’ 그 곳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으니 두렵고, 가보지 않은 길이니 낯설다. 그렇지만, ‘Let It Be’를 불렀던 이들도 청춘이었고, ‘Let It Go’를 외쳤던 이들도 청춘이었다. 부디 가보지 않은 길, ‘숨겨진 세상’을 향해 ‘두렵지만, 설레는’ 맘으로 문을 열어 보길 응원한다.
지현배 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