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방위비분담금 인상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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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30   |  발행일 2019-11-30 제23면   |  수정 2019-11-30
[토요단상] 방위비분담금 인상의 역설
김관옥 계명대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트럼프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한국 국민들은 불안감과 함께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회와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트럼프정부의 과도한 인상 요구가 동맹을 약화시켜 결국 미국 국익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방위비 분담에 있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고, 나아가 한미동맹은 비용의 차원을 넘어 미국의 국익과 전략적 가치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워싱턴 정가와 동맹전문가들의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논리는 트럼프정부에 의해 거부당했고 이런 추세는 미래의 미국정부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 트럼프정부는 기존 분담금에 다섯 배가 넘는 인상을 요구하는 것인가? 트럼프정부는 한미동맹을 깨고 미군철수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인가? 아니다. 트럼프정부는 미국의 단일패권이 중국에 의해 도전받는 상황에서 거칠게 대응하고 있다. 한미동맹도 패권유지의 관점에서 필수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미국 역량의 한계다. 이제 더 이상 미국은 과거와 같이 스스로 ‘공공재’를 제공해서 타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역량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려는 의지와 그것을 담보할 힘 사이의 괴리를 동맹국들의 돈과 역량을 통해 메우려는 것이다. 즉 미국은 홀로 제공하는 ‘공공재’가 아니라, 안보가 필요한 국가가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요금재’를 통해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 안보를 지키고 미국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정부의 분담금 인상요구는 트럼프라는 개인의 특수성이 반영된 일회성 요구라고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쇠퇴하는 패권국이 운명적으로 마주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성격이 큰 것이다.

그러면 이런 트럼프정부의 분담금 인상요구가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인가? 분명 단기적으로 미국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렇다고 거의 1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미국정부의 재정적자를 해소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에도 일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담금 인상 요구는 트럼프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첫째,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주둔군에 대한 동맹국들의 인식이 ‘안보 보호자’에서 ‘용병’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한미동맹은 한국이 자주권의 일부를 포기하고 그 대신 안보를 얻는 성격이다. 말하자면 자주권과 안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자주권 일부를 활용하는 미국이 비상식적 안보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동맹국 국민들에게 안보장사를 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게 될 것이다. 둘째, 이런 비상식적 요구와 철군 압박은 반미주의를 자극하고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트럼프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시작했고 더 큰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입장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셋째, 트럼프정부의 막대한 분담금 요구는 장기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핵보유 동기를 증대시킬 것이다. 이미 일부 야당의원들과 언론은 주한미군 철수 위협에 대해 핵보유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핵보유 논란의 분출은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미국이 전후 지속적으로 견지해온 핵비확산원칙을 흔드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트럼프정부의 비상식적인 요구와 철군 위협은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의도에 대한 의심을 키우게 할 것이다. 한국은 1972년 ‘닉슨독트린’에 의해 ‘방기’되었을 때를 잊지 않고 있다. 자주국방이란 화두를 소환시켜야 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이번 분담금 인상 논란을 합리적이며 지속가능한 한미동맹체제로 전환시키는 계기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앞으로 20~30년은 지속될 미·중패권경쟁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간 우리에게 큰 시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눈을 부릅떠야 하는 시기다.
김관옥 계명대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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