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카센터 건립 공사 "어디로 다녀야 하나요".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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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2 07:42  |  수정 2021-06-21 16:54  |  발행일 2020-02-12 제12면
"카센터서 담장·울타리 치면 길폭은 불과 30cm" 대책 호소

대구 수성구 신매동의 393㎡짜리 토지 소유자 A씨(51)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갑자기 막혀 버릴 위기에 처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이 땅을 공매로 사들였다. B씨의 땅과 대구시유지인 교회 사이에 있는 이 땅은 '도면상' 2.5m 정도 되는 길 하나로만 출입할 수 있다. 다른 방향은 다른 건물로 막혀있어 B씨와 A씨 소유로 나눠져 있는 좁은 길이 유일한 길이다.

문제는 B씨 땅의 세입자가 B씨 땅에 카센터를 짓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그가 만약 땅의 경계에 담장이나 울타리를 치게 되면, 내 땅으로 출입할 수 있는 틈이 30㎝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수성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30㎝면 성인 남자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든 폭이다. 교회가 A씨 땅을 침범, 이 길의 실제 폭은 2m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B씨 땅에 담장이나 울타리가 생기면 그 정도로 폭이 좁아져 버리는 것.

민원을 접수한 수성구 측은 "자신의 땅에 공사를 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현장에나가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 2주 후 경계측량이 끝나자 B씨 땅에는 카센터를 짓기 위한 토목 공사가 시작됐다.

A씨는 "구청을 믿고 가만히 있었지만, 만약 이 상태로 공사가 시작될 것을 알았더라면, 공사가 시작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버티거나, B씨를 만나서 사정 설명을 했을 것"이라며 "졸지에 생존권을 걱정하게 생겼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하지만 수성구 측은 "A씨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감안하고도, 공매를 통해 지난해 땅을 매입했다. 게다가 시작됐다는 공사는 기초공사로, 진입로가 막힐 걱정을 하기엔 시기상조인 데다, 그 경계에 실제로 담장을 칠지의 여부를 벌써부터 고민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또 "이 사안은 사유지 간 분쟁이므로, 구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닌 사인 간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A씨의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에 B씨 땅 세입자에게 '담장을 치지 않겠다'라고 구두로 약속을 받아 놓는 등 행정조치를 취했다"며 "문제를 삼고 싶다면, A씨 땅을 물고 있는 교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적법한 절차를 밟은 B씨에게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교회는 이미 건물이 지어져 있으므로 건물을 뒤로 밀어야 한다는 건데, 이뤄질 확률이 희박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한편 A씨는 현재 B씨를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다. 하지만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건물이 준공될 수 있어 재판관이 A씨의 손을 들어줘도 무의미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A씨는 우려가 크다. 준공 후 토지 소유주가 부지 경계에 담장 등 어떤 시설물을 설치해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11일 기준, 건물이 준공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B씨의 준공 신청은 아직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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