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무능 정부가 자초한 코리아 포비아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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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6   |  발행일 2020-02-26 제27면   |  수정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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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억 경북본사 총괄국장

코로나19의 진원지는 중국 우한이다. 그래서 우한 폐렴이 더 정확한 용어다.정부는 초기 단계부터 우한 폐렴이라 하지말고 그냥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부르라고 했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정부의 비이성적 시각이 초동 대응 실패를 불러왔다. 초기단계부터 수차례 이어진 전문가 집단의 중국인 입국 금지 권고는 철저히 무시됐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여당의 코로나 대응 자화자찬만 넘쳐났다. 그 결과는 분노와 참혹함이다.

이른 아침부터 온종일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안전안내 문자가 연신 울려댄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올까를 걱정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다. 여기에 한국인 입국 금지나 입국 제한에 나선 국가가 얼마나 될까도 보태졌다. 25일 현재 입국금지 국은 이스라엘을 포함한 7개국, 입국제한 국은 대만을 비롯한 11개국 등 18개국에 이른다. 하루사이 2개국이나 늘었다. 미국도 한국여행 경보를 중국과 같은 수준인 3단계로 높였다.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금지를 주저한 사이 한국인이 입국금지나 제한받는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국가를 탓할 수도 없다. 자국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현실화되고 있는 코리아 포비아(한국인 공포증)를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 정부다. 그래서 더 화가 치민다.

국내 확진자가 4명이던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는 선제적 조치를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정말 정부가 과할 정도로 대처했어야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틀전인 지난달 26일(확진자 3명)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중국발 입국자의 전면 입국금지를 권고했다. 지난 24일에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벌써 일곱번째다. 감염병 관리의 핵심이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발 유입자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76만명을 넘었지만, 내달 4일까지 답변을 미루고 있다. 일찌감치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몽골은 지금까지 단 한명의 확진자도 없다. 러시아는 확진자가 2명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못한 우리나라와 일본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확진자 10명을 넘긴 지난달말 전후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했더라도 이 같은 대량 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치 앞을 모른 채 섣부른 코로나 종식을 말하고, 대구에서 대규모 확진자와 첫 사망자가 나온 날 열린 청와대 짜파구리 파티장에서 파안대소하는 위정자에게서 국민들은 절망한다.

급기야 중국이 한국에 가지 말라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덤으로 한국을 조롱까지 하고 있다. 지난 23일 부산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자국 소셜미디어에 "아직 한국 학교로 오지 않은 중국 유학생들은 한국에 오는 것을 연기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올렸다. 실제 중국 유학생들의 입국자 수는 대폭 줄어들고 있다. 중국 선전매체들은 "예방 조치가 느려 걱정된다. 중국을 배우라"고 했다. 시쳇말로 '우째 이런일이'이다. 이런 적반하장도 없다. 그럼에도 "니가 잘했으면,이런 일이 없을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대신 국민은 상황을 이렇게 만든 무능한 정부를 탓할 수밖에 없다.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순간이다. 지금이라도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 정부가 눈치를 봐야 하는 대상은 중국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래야 코리아 포비아도 멈춘다.
김기억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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