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의 일상의 시선] 얼굴을 가린 봄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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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8   |  발행일 2020-02-28 제22면   |  수정 2020-02-28
올 봄은 황사·미세먼지 대신
바이러스 공포로 대구 패닉
악전고투 지자체·의료진 등
그들 격려하고 힘 실어줘야
재앙 앞에서 남 더 생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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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 온 뒤 산책길의 색이 바뀌었다. 신천 상류 냇가가 파르스름하다. 동네 화단에 영춘화가 핀 건 봄의 확실한 선언이다. 앞산 자락에 매화도 피었다. 그러나 올 봄은 어째, 확실한 계절의 인수인계서를 교환하지 않은 채 불쑥, 와버린 느낌이다. 쇠백로는 겨우내 철새로 돌아가지 않은 채 신천에서 고기를 잡느라 개기었다. 신천은 한 번도 얼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라는 말에도 뭔가 수상한 기운이 느껴져 불안이 감돈다. 봄만 되면 황사와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끼곤 했는데, 올봄은 창궐하는 죽음의 공포 때문에 얼굴이 온통 가려져버렸다.

-바이러스

바이러스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지난 해 말 중국 우한시의 화난 수산시장 야생동물 판매장에서 발현했다(나중에 그 발상지가 우한시장이 아니라는 중국 의료계의 연구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첫 감염자가 폐렴 증세를 보이더니 이내 집단적인 확산으로 번져, 1월10일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때 이미 중국내 감염자가 1천여 명에 이르렀다. 1월15일에는 일본에서 발병했고, 20일 한국에서 첫 감염자가 나왔다.

환난은 그렇게 시작됐다. 초기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의욕적인 대처로 그 가닥이 잡히는 듯했으나 2월18일 뜻밖의 확진자가 나옴으로써 통제가 헝클어져버렸다. 결국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확진자가 매일 엄청난 수로 번졌다.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1천여 명이 자가 격리됐으며 청도 대남병원 환자 및 직원 등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와 방역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는 더욱 늘어나 대구 사회를 패닉상태로 몰고 가고 있는 중이다. 부산, 제주, 광주 등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통제 위주의 대응을 폈는데, 그 뚝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23일 정부는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다.

기가 막힌 일이다. 변종 바이러스라는 정체 미상의 괴물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꼴이다. 엄청난 의학 지식과 온갖 건강법을 꿰차고 있는 듯 으스대던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의 공격에 도무지 약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기껏 한다는 대응이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뿐이라니! 하여간, 불안으로 전국이 문을 닫아 거는 상황이다. 사람 간의 교통이 끊어지고, 불신이 가중된다. 이에 따라 경제가 흔들리고 사회 전반에 혼란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그 끝이 보이지 않아 사람을 더욱 공포에 몰아넣는다.

유행성감기의 원인인 인플루엔자는 물론, 가축에 대한 전염성 높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구제역, 2012년 중동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 곧 메르스 등이 잇따라 창궐,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는다. 이에 대한 대책이 끝없이 강구되고 있다.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의료진과 수많은 사람이 고투를 벌이고 있다. 의료과학자들은 백신 개발 등 바이러스 방역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이 희망이며, 인류의 미래라 할 수 있다. 그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재앙 앞에서 더 남을 생각하고 자신을 반성하면서 서로를 다독여야 한다. 그리하여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늘 그랬듯이 끝내 이겨내야 한다.

시인·국립한국문학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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