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 울창한 숲 베어내고 콘크리트 옹벽 "최선입니까?"

  • 김기태
  • |
  • 입력 2020-05-14 07:19  |  수정 2021-06-21 16:52  |  발행일 2020-05-14 제8면
포항 대잠지구 대지조성사업
"홍수우려·일조권 침해" 민원
"주민의견 수렴절차도 빠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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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대잠지구 대지조성사업으로 산림이 벌채되고 2층 높이의 안전펜스가 길게 설치되면서 인근 상가와 주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향후 안전펜스 자리엔 높이 4m의 옹벽이 설치될 예정이다.

【포항】 "울창한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성벽같이 높은 옹벽이 둘러쳐집니다. 자연 친화적으로 설계 변경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 간곡히 요청합니다."

퇴직 후 10년 전부터 포항 남구 중앙하이츠아파트 뒤편에서 3층짜리 카페를 운영해 오고 있는 A씨는 얼마 전부터 근심이 가득하다. 대잠지구 대지조성사업을 위해 지난 2월부터 벌채 작업이 이뤄지면서 카페 바로 뒤편에 있던 대나무·소나무 등 울창한 산림 경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건물 2층 높이의 안전펜스까지 설치됐다. 펜스는 A씨 건물에서 불과 1~3m 떨어져 있다. 울창한 숲이 사라진 대신에 갑갑하기 짝이 없는 안전펜스가 둘러쳐진 것이다.

건설사인 H사는 지난해 12월16일 포항시로부터 대잠지구 대지조성사업을 승인 받았다. 대잠동 산 59-1 일원 자연녹지지구 2만3천86㎡에 단독주택 용지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A씨는 "어떤 공사를 하는지도 몰랐다. 그동안 대형 공사차량이 오가면서 내뿜는 매연과 소음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고, 카페 영업에도 상당한 지장이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규모 산지 개발 땐 심의 및 허가 이전에 민원 발생 요인에 대한 인접 상가와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전 예고도 없이 포항시가 공사를 허가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근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향후 안전펜스를 대신해 콘크리트 옹벽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A씨는 "H사가 분양 택지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카페 담장과 1~4m 거리에 높이 4m 이상의 콘크리트 옹벽을 수십m나 설치하려 한다"며 "설계대로 공사가 추진되면 우리 카페를 비롯한 인근 건물은 높은 옹벽으로 둘러싸이게 된다. 홍수·산사태 등 자연재해 우려는 물론 일조권·조망권이 침해받고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라도 사업자가 자연녹지지구에 걸맞은 경관으로 공사를 해야 한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낮은 옹벽이 설치될 수 있도록 경북도와 포항시에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H사 관계자는 "대지 조성 사업이 이제 시작됐다. 민원인과 협의해 대안을 찾을 계획이며 향후 설계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사진=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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