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난민, 난민화되는 삶…난민 혐오 속에 뿌리박힌 인종주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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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0   |  발행일 2020-06-20 제14면   |  수정 202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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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외 지음/ 갈무리/ 472쪽/ 2만4천원

2018년 6월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명이 도착했다. 한국 사회에 난민의 문제가 본격화된 순간이다. 책은 이즈음 구성된 프로젝트그룹 '난민×현장'이 기록한 연구·활동이다.

이들은 세미나와 워크숍, 토론회 등을 통해 난민 혐오 속 뿌리 깊은 인종주의,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난민운동의 접점, 난민을 만들어내는 전쟁에 연루된 일상에 대한 인식, 금지영역을 깨뜨려 장소의 운명을 바꾸는 힘 등에 대해 논의했다. 난민 문제가 성소수자 운동, 난민인권활동, 동물권, 새로운 위안부 논의, 병역거부와 가해자성, 무기거래 감시, 포괄적 차별 금지법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이슈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보여주며 권력에 의한 억압과 착취의 행태도 분석했다.

책에는 활동가, 비평가, 연구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현장에서의 경험을 담아 한국 사회의 난민화되는 삶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역설하는 13편의 글이 실렸다. 누가 난민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난민화하는 조건을 살피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이후 난민화된 삶은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연쇄되어 있는가. 로힝야 난민캠프를 비롯한 전 지구의 열악한 격리시설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자본주의의 끄트머리에 있는 존재들부터 삶의 기반을 잃고 난민화가 가속화되고 있지 않은가. 난민화된 삶을 만나고 난민들의 곁에 서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난민화되는 삶을 피해갈 수 없을지 모른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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