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협력사 100개 유치 약속 '숫자만 지켰다'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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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5   |  발행일 2020-08-05 제15면   |  수정 2020-08-05
66개사는 직원 수 10명 이하
은행까지 명단에 끼워넣기도
세수 증대 기대한 경주시민
"국가 대표 공기업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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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본사 전경(한수원 홈페이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무늬만 경주 대표 기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한수원이 본사를 경주로 이전하면서 경주시민과 약속한 프로젝트를 지키지 않은 탓이다.

경북 경주시는 2005년 시민 89.5%의 높은 찬성률로 중·저준위 방폐물처분시설(경주 방폐장)을 유치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3대 국책사업으로 한수원은 2016년 4월27일 경주로 본사를 옮겼다. 한수원은 본사를 경주로 옮기며 원자력 협력기업 100개 유치 등 5대 프로젝트와 10대 체감형 사업 추진을 내용으로 하는 '경주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한수원은 본사 경주 이전을 계기로 경주지역이 앞으로 10년간 8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경주 시민들은 한수원 본사 이전 4년4개월이 지난 지금, 국가대표 공기업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4일 한수원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주 이전 기업과 인원이 102개사 1천339명으로 집계됐다. 경주 이전 기업은 원전 건설·정비 16개사, 정보통신 33개사, 방사선 관리 7개사, 시설관리 26개사, 기타 20개사다. 이들 기업 유치 현황에 따르면 한수원은 경주시민과 약속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주 이전 기업 가운데 66개 업체는 직원 수가 10명 이하이며, 이 중 20개 업체는 직원이 1~2명에 불과하다. 한수원이 100개 기업을 채우려고 한수원과 월성본부 등의 계약·용역업체까지 모두 포함시킨 것이다. 영남일보 취재 결과, 한수원은 100개 협력기업 명단에 대구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한국능률협회·한국생산성본부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주 이전 한수원 협력업체의 주소지가 한수원 본사(경주시 양북면 장항리)와 협력업체가 몰려 있는 경주 동천동 동부빌딩이 57개사로 집계됐다. 취재 결과, 다수의 협력업체가 한수원의 용역업체로 1~2개월 경주에 머물다 용역이 끝나면 철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수원은 지난해 말 사실상 기업 유치 업무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본사와 월성원전의 정비·용역 업체, 정보통신 업체, 시설관리 업체 등을 모두 원자력 협력기업으로 바꿔 100개 기업 수를 채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함에도 경주시는 경주 이전 기업 현황 관리는커녕 팔짱만 끼고 있다. 한수원이 제공해 주는 자료만 믿고 현황 파악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평소 기업 유치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최대 목표로 시정을 이끌어 온 주낙영 시장도 유독 한수원의 협력기업 유치 등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민 A(감포읍)씨는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수원이 경주 시민을 철저히 속여왔다"며 "생색내기용으로 일관한 협력기업 유치에 속은 경주시도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 한수원 관계자는 “통계는 경주지역 내 업무 수행을 위한 현장 임시사무소와 본사 사옥 영업소 등을 포함한 누적 실적치"라면서 "협력기업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원전산업 불확실, 인력수급 애로, 불안정한 인프라 여건 등을 이유로 이전이나 신규 확장에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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