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코로나19 정치적 이용말라"...정부여당에 고언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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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3 21:01  |  수정 2020-08-24 08:26  |  발행일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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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정부가 신뢰를 상실하면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현재의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사진>은 23일 최근의 코로나19 확산 원인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대처에 우려를 표하며 정부와 정치권이 코로나19 상황을 어떤식으로든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은 "나라가 위기에 빠질 수록 정부나 국가가 강한 신뢰성을 가져야 국민적 역량을 결집시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면서 "제1차 코로나19 확산 때처럼 특정세력을 희생양 삼아 정부가 책임이 없는 것처럼하면 안된다. 국민에게 솔직하게 현 상황을 밝히고 정부가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이 전 총장이 정부와 여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지난 봄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K-방역' 성공 사례가 사실은 '대구형 방역모델' 사례인데 이를 정부가 잘 대응한 것처럼 호도하는 현상이 다시 반복되면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장은 자신의 블로그인 '이효수 블로그 : Why, How & What'에서 "방역에 대한 평가는 1단계 해외로부터의 감염원 차단, 2단계 국내 사회적 감염 저지, 3단계 사회적 확산 조기 종식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은 1·2단계 방역에 실패했고, 결국 대구경북지역에서 3단계 방역에 성공하면서 국제적 관심을 모으게 된 것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정부 여당은 제1단계 방역에 실패했을 뿐만아니라 병실 부족의 지역간 협력, 의료진 방호복 부족, 마스크 대란 등 중앙정부가 해결해야할 자원배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을 의식해 '우한 코로나'라는 말을 삼가하라던 (집권)정치세력들이 정작 자기 나라 국민을 향해 '대구 코로나' '대구 사태' '신천지 사태'라는 말로 방역 실패 책임을 특정 지역이나 종교집단으로 돌리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그러다 대구경북에서 방역 성공 가능성이 보이고 국제적 관심을 갖자 정부 방역정책의 성공으로 포장하는 작업을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이탈리아와 비교되면서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사실상 3단계 방역이고,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대구형 방역모델'이라는 것이 이 전 총장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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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영남대병원 앞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탑승한 채 선별진료를 받고 있다. <영남일보 DB>

이 전 총장은 나아가 "대구형 방역모델의 핵심은 잠재적 의심 환자에 대한 신속한 선별 검진과 감염자에 대한 신속한 관리를 통해 사회적 감염의 확산을 빠른 속도로 줄인 것이다"면서 "민간에서 선제적으로 진단키트를 개발해 진단키트의 안정적 공급체계가 확립되었고, 민간 병원인 영남대병원은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운영, 자택격리 전화상담 관리 등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선별 진단기법을 도입했다. 역시 민간병원인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은 자발적으로 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 신청을 했고, 의료진의 자발적·헌신적인 의료활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장은 대구형 방역 모델 성공요인으로 △대구시의 신천지 교인 전수검사 실시와 취약계층 검사비 지원을 통한 잠재적 의심환자까지 검사 △민간기업의 전문지식과 기업가적 감각으로 선제적 진단키트 개발로 충분한 진단키트 확보 △영남대병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라는 혁신적인 선별 진료소 운영을 통한 감염자 선별 효율성 극대화 △민간병원과 의료진의 자발적인 헌신 협력 △사재기 없고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하는 등 대구경북의 전통이라할 위대한 시민의식 등을 꼽았다.

이 전 총장은 또 그 밑바탕에는 선진적인 의료보험 시스템과 세계적인 의료수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은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보험 수혜를 양질로 받을 수 있는 국민의료보험방식(NSI)인 반면 이탈리아는 국가보건서비스방식(NHS)으로 의료진 처우가 낮고 의료 서비스의 질도 낮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민영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의료보험료가 너무 비싸고 의료보험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 감영병 대처에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장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실체적 진실을 알고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정확하게 분석해 정책실패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면서 "대구의 민간병원과 의료진이 위기국면에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들이 손해를 봤다는 인식을 가지면 향후 누가 희생적인 봉사를 할려고 할 것인가. 공과를 분명이 해 방역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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