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명공연거리 달구는 2인극 '혜영에게', 각색한 '베니스의 상인'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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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6   |  발행일 2020-09-16 제22면   |  수정 2020-09-16
'가치관에 정답은 없다'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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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영에게' 떠난 애인 편지 기다리는 혜영 우체부가 안타까워 대신 보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연계 타격이 심각한 가운데, 대명공연거리 소극장에서 27일까지 연극 두 작품이 무대 조명을 밝히고 관객들을 기다린다. '혜영에게'는 창작 초연 2인극으로 '내가 누군가를 위해 하는 행동이 정말 그들을 위한 일일까'에 대해 묻고, 극단 나무의자의 정기공연인 '베니스의 상인'은 작품 속 샤일록이 진정 악인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2인극 '혜영에게'

27일까지 소극장 길 무대에 오르는 '혜영에게'는 극작·연출을 맡은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가 몇 년 전 TV동물농장에서 방영된 유기견 이야기를 보고 이에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이다. '어떠한 삶이든 타인이 재단할 수 없으며 존중받아 마땅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쟁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은 1958년, 우체부로 첫 출근을 나선 '정우' 앞에 '혜영'이란 소녀가 나타난다. 수년 전 떠난 애인의 편지를 매일 기다리는 혜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은 그 기다림이 안타깝기도, 부담스럽기도 했던 정우는 혜영에게 가짜 편지를 쓴다. 정우는 혜영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혜영은 희망이 거짓이었다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김현규 연출은 "정우는 혜영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미련하고 의미 없다며 안쓰러운 마음에 가짜 편지를 쓴다. 하지만 혜영의 기다림을 미련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라면서 "나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기준의 잣대로 존중받아야 할 개개인의 삶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의 거리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혜영과 정우의 정이 넘치는 케미와 정우의 서사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무대가 주요 관람 포인트다.

극단 하루와 극단 헛짓이 공동제작했으며, 이광희와 이다은, 박지훈과 이규리가 교차 없는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한다. 010-7795-2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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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하녀 해설로 '악인 샤일록' 표현 그가 겪었던 냉대 곱씹어보게해

◆각색한 '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은 악인으로 등장한다. 고리대금업자로 돈만 밝히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교도라고 조롱과 멸시를 받는 이방인이다. 딸조차도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긴다.

극단 나무의자가 27일까지 한울림소극장 무대에 올리는 '베니스의 상인'은 '과연 이방인 샤일록은 진정 악인일까'라고 묻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하녀 네리사의 해설과 현대적 음악, 발레 동작 등을 통해 좀 더 유쾌하고 위트 있게 각색한 작품으로, 등장인물의 선과 악, 이방인에 대한 냉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의 이방인에 대한 시선에 대해서도 곱씹어보게 한다.

수차례 각색을 거친 것을 비롯해 연출을 맡은 강석호 대구시립극단 차석이 오프닝곡을 직접 작사하는 등 노래를 가미하고, 배우들의 재기발랄한 동작도 더해 '베니스의 상인'을 재미있고 현대적 관점에서 색다르게 재해석하려 애썼다.

각색은 김지영, 연출은 강석호가 맡았으며, 김민선·석효진·이혜정·조유진이 출연한다.

한편, 이 작품은 2020년 대구문화재단 개인예술가창작지원사업이며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 공식참가작이다. (053)522-4255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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