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큰 꿈] 포항 남성초등…일상은 책으로 내고 텃밭 돌보며 생태감성 키워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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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8 07:57  |  수정 2021-07-26 08:11  |  발행일 2020-09-28 제16면
'자존감 향상' 맞춤 교육으로 학생 수 2배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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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성초등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그림 동화책을 출판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쪽). 남성초등 학생들이 학교 텃밭에서 직접 키운 농작물을 수확하며 기뻐하고 있다. <남성초등 제공>

새로운 생각으로 미래를 꿈꾸는 도심 속 작은 학교, 남성초등학교(교장 조이제)는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장동홍계길에 위치해 있다. 70여 년의 긴 역사와 한때 한 학년 150명, 전교생 900여 명에 졸업생만 4천780명에 달하는 큰 학교였지만, 도시 집중화로 지역민이 줄어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에 처했었다.

이에 남성초등은 2020학년도부터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통해 학생·교직원·학부모 의견을 모아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학교 방문의 날, 12월 교육과정 설명회와 방과후학교 연주회 등을 열어 참석 학부모와 상담을 진행한 결과 학구 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6명의 신입생을 유치했다.

그 덕에 지난해 3월 20명이던 학생 수는 졸업생 4명을 배출하고도 39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복식 학급이 2학급에서 1학급으로 축소됐다. 2021학년도엔 복식 학급 완전 해소와 함께 학급 수가 더 늘 것으로 기대되는 분위기다.

이 학교는 학생·학부모·교직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로 거듭나기 위해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첫째, 책과 함께 꿈꾸는 체험 중심의 독서교육 활동이다. 매일 아침 교장 선생님과 도서관에서 만나는 북 모닝(Book Morning), 한 책 다 같이 읽기, 가족 독서 마라톤 등 책을 가까이하고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또 동네방네 예술 프로젝트 '홍계길 아이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로 포항 포은도서관 최미경 작가와 함께 아이들의 일상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 그림 동화책을 출판한다.

둘째, 실천 중심의 감성·체력 향상 활동으로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학생·교직원이 함께 텃밭에 채소를 심고 물을 주며 옥수수·수박·참외·고추·깻잎 등을 직접 수확해 나눠 먹고, 행복 가족 텃밭을 분양해 가족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동시에 식물의 자람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자연에 대한 감사함도 배운다.

기초 체력 향상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 중 운동회는 포항실내체육관에서 학생과 지역민에게 또 다른 추억을 심어 줬고, 2019 스포츠클럽대회 플라잉디스크 부문 포항시 대회에선 남학생이 1위, 여학생은 3위를 차지했다.

셋째,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교육은 학교가 책임지는 것이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전교생이 매일 수업하는 것은 소규모 학교의 큰 장점이다.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기초학력 증진 프로그램과 음악·미술·컴퓨터 등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인데, 플루트·오카리나·미술 교재 등 교육 경비 전액을 학교가 부담해 학부모의 부담도 없다.

돌봄교실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방학 중 돌봄은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대상이다.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학교가 온전히 아이들을 돌보며, 맞벌이 가정의 걱정을 줄여 주고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넷째, 참여하는 학교문화 조성으로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운영하는 것인데, 70여 년의 긴 역사에 맞게 지역 사회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총동창회가 또 다른 자랑거리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등반대회에는 관광버스 15대가 동원될 만큼 활성화돼 있다. 총동창회의 모교 사랑은 학교 후원으로 이어져 체육복과 장학금·학생들의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조이제 교장은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라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는 교육공동체로 함께 희망의 내일을 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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