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국회 5분 연설 스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대출 막고 세금 올리고, 주택공급 안 늘리면 집값은 뛸 수밖에"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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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30   |  발행일 2020-09-30 제12면   |  수정 2021-06-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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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국회 5분 연설로 전국적 주목을 받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갑자기 대중정치인이 돼 당황스러웠을 때 수해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대구시민의 위로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취해야 할 방향도 제시해 줬다고 말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윤희숙(50)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한 국회 5분 연설이 전국적 주목을 받으며 초선 의원답지 않은 중량감을 보였다. 경제학자 출신의 윤 의원은 자신의 사례를 토대로 경제학자답게 논리정연한 발언을 해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야당 지지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후 쏟아진 인터뷰 요청에 당황스럽고 난감했다는 윤 의원은 한 달여 전 전남 구례 수해 봉사 현장에서 대구시민을 만난 뒤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대학(서울대 경제학과)까지 나온 뒤 미국(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유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으로 활동했으니 대구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셈이다. 그런 그가 "수해 현장에 오신 대구시민이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고 응원도 해줬다"며 인터뷰를 통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임차인 연설' 전국적인 반응 당황
대구시민 응원에 감사 전하고파
임대차 3법으로 전세소멸 가속화
월세 전환되면 주거비 10% 증가


秋, 엄마찬스 쓰고도 고압적 자세
법적 문제 떠나 진심어린 사과를
與 견제역할 못했던 野 반성해야
정체·방향성 찾고 비전 만드는 중

▶5분 연설로 인한 뜨거운 반응에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할지 모를 때 대구시민이 해결책을 주었다는 말인가.

"오랫동안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아서 내 모습을 노출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갑자기 대중정치인이 됐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국민의 주목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수해 현장에서 대구시민의 위로와 응원을 받고 내가 취해야 할 방향을 알게 됐다. 정치인은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대변해야 한다. 그게 정치인의 역할이다."

▶어떻게 경제학자가 됐나.

"어릴 때는 책을 좋아하고 공부 잘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대학 진학 때 법학·영문학도 생각했으나 막연히 좀 더 자유롭고 근본적인 것을 탐구하는 게 경제학이다 싶어 택했다. 후회 없이 공부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했다. 독서가 의정활동에 도움을 주는가.

"KDI 교수는 공부하는 게 업무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바빠서 주말에 주로 책을 읽는다. 독서를 통해 국내외 상황과 변화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의정 활동에 도움을 받는다."

▶KDI 재직 시절에 정치계 입문을 수차례 권유받은 것으로 안다. 고사하다가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온 계기가 있는가.

"공부하는 사람은 정치에 중립적이어야 한다. 정치인은 어떤 편을 들어야 하고 정치세력의 일부가 돼야 한다. 정계 입문을 거절한 이유다. 정치도 중립적이고 국민을 위해야 한다. 그런데 당파적으로 변했다. 나라를 위해 정치에 나서는 게 중립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 정치인의 언행이 문제가 됐다.

"추 장관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엄마 찬스'를 썼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미안해해야 한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로 자신을 괴롭힌다는 식으로 고압적 자세를 보였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실수하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국민은 공직자의 고압적 자세를 용납하지 못한다."

▶정치인의 언행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한다. 여당은 많은 의석 수로 지지 기반이 탄탄하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고 안이해졌다. 역사에서 절대권력은 늘 부패했다.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야당이 제 역할을 못했다. 반성해야 한다. 허약한 야당이 체질 개선 중이다. 국민의힘이 최근 국민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고 국민의 요구사항을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의 정체성·방향성을 찾고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내용을 만드는 중이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 모두 부동산으로 이득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가졌다.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한다. 부동산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규제하면서 주택 공급은 늘리지 않는다. 희소성이 더 높아져 원하는 곳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다.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고 다주택자가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있는 상태를 받아들이고 접근성 좋은 곳, 수요자가 원하는 곳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최근 '전세 소멸론'까지 나올 정도로 전세가 줄고 월세가 많아졌다. 여당에선 월세가 나쁜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월세를 거쳐 전세를 살고 여기서 돈을 모아 집을 산다. 은행 이율이 낮아지니 앞으로 전세가 줄면서 월세로 바뀔 것이다. 자연스럽게 바뀌도록 놔둬도 되는데 임대차 3법으로 전세 소멸을 가속화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될 경우 주거비용 부담이 10% 정도 증가한다."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정부가 교육정책에 손 놓고 있다. 부동산보다 더 큰 문제가 교육이다. 부동산은 행복과 연결되지만 교육은 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다. 교육은 소득 창출 능력이기도 하다. 사회불평등도 교육으로 인해 발생한다. 공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정상화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공교육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공교육의 책임성이 점점 낮아진다. 학교보다 학원에서 배우라는 식이다. 결국 부모의 재력에 성적이 좌우된다."

▶최근 기초학력 미달자가 늘었다.

"수학·과학의 기초학력 미달자는 2배 정도 급증했다. 그런데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는다. 교육당국이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교육의 전면적 개혁이 절실하다."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경제 저성장시대에 진입했다. 일자리 감소로 청년실업자가 급증했다. 좋은 일자리라고 하는 공공부문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다. 임금체계가 좋은 직장에 한 번 들어가면 안 나와도 되도록 돼 있다. 한국노동시장만의 특징이다. 젊은 층의 고단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전 국민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임금체계를 고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 국가가 세세하게 규제하기보다는 기업 단위로 노사가 자율적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로 윤 의원을 거론하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당의 고민이 깊은 것 같다. 좋은 후보가 많이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 이야기까지 나온 듯하다. 하지만 능력이 모자란다. 내 장단점을 잘 안다.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치경험이 짧은 게 치명적이다. 대신 정책전문가라서 정책 추구 방향을 알고 사례와 관련한 지식이 풍부하다. 아직 마음을 정한 바 없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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