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열며] 우리의 미래를 함부로 걷어차지 말라

    • 박진관
    • |
    • 입력 2020-10-26   |  발행일 2020-10-26 제26면   |  수정 2020-10-26
    월성1호기 폐쇄관련
    감사원장 버텨낸 덕에
    권력게이트 하나 줄어
    국민 섬기는 에너지 정책
    진영 벗어나 토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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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신 소설가

    우리나라는 가난과 핍박, 침략과 박탈, 전쟁과 잦은 정변에 시달렸지만 품앗이 정신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동시에 일군 나라가 되었다. 외국에서 부러워하는 K방역도 품앗이 정신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과 봉사의 정신으로 살아왔기에 누구든 살아온 얘기를 글로 적으면 문학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을 일구기 위해 정신없이 살았기에 이젠 좀 여유롭게 쉬고 싶은데 도대체 언제쯤 나라가 조용해지고 국민들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또렷해서 인생이든 사업이든 사계절을 빗대서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정권도 빗대어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초기를 봄이라고 하면 임기 1년7개월 정도 남았으니 지금은 늦가을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단풍 지고 잎이 떨어지며 겨울이 닥친다. 잎은 떨어져 거름이 되어야 하고 이듬해 봄에 새싹이 나와야 한다. 거름이 되어야 할 정치꾼들은 바람 불 때마다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정권이 바뀌면 또 따뜻한 쪽에 기대어 옛사람에게 눈을 흘길 것이다.

    기묘하게 우리나라에는 행복한 전직 대통령이 없다. 이제는 행복한 전직 대통력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뭔지 모르지만 불안감이 생기는 건 나 혼자만의 걱정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사건사고와 총칼만 들지 않았지 마치 동족상잔을 하는 듯한 여당과 야당의 혈투, 진보와 보수의 격투 현상은 코로나 사태로 시름 깊은 국민 가슴을 할퀴기만 한다.

    해방공간사에서 일제침략과 독립운동 과정의 좌우대립은 어쩔 수 없는 역사적 고뇌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발전한 나라에서 두 진영의 극단적 대립과정을 보면 역사적 단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국·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은 여야, 진보와 보수의 동족상쟁의 역사적 주인공이 되었다. 물론 역사가 선역인지 악역인지를 명증하게 가려낼 것이다. 요즘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이 등장했으니 바로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하나의 사건에 두 진영 주장은 또 정반대다. 월성원전 1호기를 7천억원을 들여 고쳐놓고 폐쇄함으로써 손실이 막대하다는 주장 때문에 국회의 요구로 감사가 시작되었다. 최종 감사 시한을 8개월이나 넘겨 경제성 문제가 있다는 게 공개됐다. 한수원도 가동 중단보다 2년을 더 운영하는 게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청와대와 산업부 장관에게도 연장 가동하는 게 낫다고 보고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어찌된 사연인지 담당공무원이 일요일 밤에 무려 444개의 자료를 삭제했다. 그는 조사에서 "중요하고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를 우선적으로 삭제했다"고 실토했다.

    어쨌거나 사건은 명백한데 야당은 '대국민 기만쇼' '국정농단'이라고 하고 여당은 '야당이 침소봉대' '일부 절차 미흡뿐'이라고 한다. 국민은 헷갈리고 있다. 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만약 최 원장이 꼿꼿하게 버티지 않았으면 또 한 번 기이한 사건에 국민은 허탈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다음 정권의 검찰 캐비닛에서 꺼낼 수밖에 없는 권력게이트가 하나쯤 줄었다는 느낌이다. 최 원장은 역사 캐비닛에서 문 대통령을 도와준 셈이다.

    시련은 사람과 조직을 키워 놓고 떠난다고 한다. 이런저런 시련이 우리의 미래를 키우고 행복한 전직 대통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우리는 미래적 사고와 판단을 하고 국민을 섬기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여와 야, 원전 찬성파와 반대파, 진보와 보수가 제발 머리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하기 바란다. 우리의 미래를 함부로 걷어차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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