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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지방세 비율을 4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1차 재정분권을 통해 일부 지방세를 확대했음에도 지방세는 24% 수준이다. 여기에 지역 간 빈부격차로 인한 세입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도 숙제로 남아있다. 영남일보는 지난 2일 대구 동구 신천동 영남일보 7층 회의실에서 창간 75주년 지방분권 좌담회 다섯번째 주제를 '재정분권의 현주소와 올바른 발전 방향'으로 정하고 토론의 장을 열었다. 토론에는 하혜수 경북대 교수(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가 좌장으로, 라휘문 성결대 교수(자치분권위원회 비용평가전문위원회 위원장), 류성걸 국회의원(대구 동구갑·기획재정위원회), 안권욱 고신대 교수(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 특별위원회 위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하혜수 좌장= 현 정부는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대 3을 거쳐 6대 4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고, 2018년 구체적인 재정분권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재정분권 정책이 계획대로 잘 안 되고 있는데 문제점은 무엇인가.
△라휘문 교수= "한정된 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 자치단체가 나눠 써야 한다. 근데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재원을 지방으로 이양하면 쓸 돈이 부족해 정작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 경제 여건을 고려했을 때 증세도 불가능하다. 결국 중앙정부에서 하던 일을 지방으로 넘기면서 그 재원도 함께 가져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반드시 재원 이양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인식에 대한 문제도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대등한 관계로 놓고 통제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 파트너라는 인식으로 바꿔야 한다. 근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대리인으로 간주하고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즉 중앙정부는 본인들 통제 안에 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국고보조금이다. 이 비율은 전체 지방재정에 25%를 차지한다. 이 예산에는 사업명을 중앙정부가 정해주고 지방정부 예산까지 부담하게 한다. 그리고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형태는 마치 오징어처럼 머리가 명령을 내리면 여러 개의 다리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지방자치분권은 세발자전거 형태가 돼야 한다. 안장에 주민이 앉고, 기업이 앞바퀴가 돼 끌고 나가면 중앙과 지방이 각각 오른쪽과 왼쪽 뒷바퀴가 돼 중심을 잡으면서 대등한 관계로 가야 한다. 또 주민 분권은 주민에게 모든 권한이 최종적으로 있는데, 중앙과 지방 간에 싸움으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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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주제별 전문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하혜수 좌장= 어느 나라든 지역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 지방세율 확대에 따른 지역 간 격차와 불균형 해소를 위해 어떤 보완책이 있는가.
△라휘문 교수= "정말 어려운 문제다. 기본적으로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세를 많이 이양해주면 지방교부세 대응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산세 성격이 있는 양도소득세를 이양하면 된다. 재정력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조정하면 격차가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과 긴밀한 토론을 벌여 탄력세율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하혜수 좌장= 재정분권 확대가 지역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류성걸 의원= "지방분권, 특히 지방자치 관련해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현실적 제약 요인이 있기 때문에 추진을 잘해야 한다. 지방재정분권이 이뤄지면 세출분권이 덩달아 좋아질 것으로 본다. 그리고 지방연구의 책임성을 높이는 압박이 심화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책임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개념이 도입돼 지방정부 간 경쟁이 촉진되면 우리 지역에 경쟁력과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떤 사업 추진에 있어 지역 자율성과 우선 순위가 지역적으로 부여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입맛에 맞거나 시민의 선호를 고려한 정책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혜수 좌장=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분권 정책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국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와 개인적인 복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류성걸 의원= "예산정책처 통계를 살펴보면 1단계 조치 과정에서 지방분권으로 인한 광역자치단체 간 재원 불균형은 완화됐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는 자체 재원 차이가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단계 자료는 아직 행정부에서 검토 중이다. 당초 스케줄로 보면 지난해 마무리해 올해 입법해야 하는데 아직 안 나왔다. 이러한 사례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2단계에서는 교부금 등에서 이런 부분이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단계는 굉장히 단순하다. 크게 봐서는 지방소비세 세율 16%에서 21% 올린 거다. 2단계 기본 목표는 국세와 지방세 조정, 지자체 새로운 세원 확보 등인데 절대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매년 제출하는 세제개편안은 세법개정안이다. 이는 누더기 만드는 세법개정안이다. 1977년 부가가치세법 시행된 이후 세제개편다운 세제개편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추후 세제 개편안이 이뤄질 땐 지방분권, 지방재정분권 관련 내용이 대대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그리고 지방세제개편을 통해 지방세법을 다듬고 개편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하혜수 좌장= 지역 재정 확대를 위해 발굴할 수 있는 세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안권욱 교수= "신규 세원 발굴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국세 지방 이양과 병행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논의된 것은 지역자원시설세와 레저세, 재산세 등 3가지다. 지역자원시설세는 해저자원개발시설과 천연가스생산시설, 석유 증류시설, 시멘트 생산 시설, 유해화학물질 시설 등이고, 레저세는 관광숙박과 애견세, 낚시세 등이 검토됐다. 재산세는 드론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각 지방정부가 스스로 신규 세원 발굴에 앞장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부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교부세를 안분(按分)하는 방식에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
▶하혜수 좌장= 독일, 스위스 등 지방분권 선진국들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수평적 재정조정제도와 함께 지역 간 수평적 재정조정 제도를 도입해 지역 간 재정 격차와 불균형을 조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 재정조정 제조가 가지는 특징과 시사점은 무엇입니까.
△안권욱 교수= "대표적인 수평적 재정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나라 자체가 협력적 연방주의를 추구한다. 근데 최근 점차 협력적 연방주의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느낌이다. 스위스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경쟁적 지방분권 국가로 미국과 비슷한 시스템이다. 제정조정제도가 있지만 전체 재원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2.8%로 실질적으로 없다고 봐야 한다. 이로 인해 재정분권이 획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지방분권이 추진되면 현재 국세(76%)·지방세(24%) 체계의 지방 재정은 대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독일은 중앙정부(41%)·지방정부(55%)·EU(4%) 체계의 협력적 세입구조, 스위스는 중앙정부(33.9%)·지방정부(66.1%) 체계의 경쟁적 세입구조로 이뤄졌다. 한국도 중앙독점 세입구조에서 탈피해야 할 때다. 특히 재정조정 권력도 한국은 중앙정부가 100% 독점해 수평적 재정조정 재원비중이 0%로 독일 74%, 스위스 34%와 대조가 된다. 따라서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비율을 확대해 국세의 지방이양을 추진하고 신세원 발굴과 지방세 비과세·감면 축소, 세율·과표의 탄력 운용으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해 지방세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 궁극적으로는 연방제 수준인 50대 50 비율까지 이뤄져야 한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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