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테크노폴리스 위치 (주) 구비테크, 주조기술 기반 반도체 장비 국산화 선도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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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4 15:41  |  수정 2021-02-24 15:53  |  발행일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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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구비테크 직원이 자체 생산한 반도체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 기술력을 보유 했지만 관련 장비의 국산화율은 19%에 불과해 외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반도체 장비의 외주화는 국내 반도체 생산 기술의 도용을 야기 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구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위치한 <주>구비테크는 꾸준히 연마한 주조(鑄造)기술을 활용해 국내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는 지역 우수 기업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주>세메스(SEMES)의 협력 업체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구비테크의 본사에 찾아 반도체 장비 시장의 전망과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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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구비테크 직원들이 반도체 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주조공법으로 반도체장비 시장 뛰어들어
지난 9일 방문한 구비테크 생산 공장에는 반도체 웨이퍼에서 형성된 반도체 칩을 검사하는 장비인 프로브 스테이션(Probe Station)의 생산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들은 다듬어진 반도체 장비들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공장에서는 반도체의 검사 장비 부품부터 반도체 물류 장비, 기타 반도체 장비 등 총 150여 종류의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한편에 마련된 클린룸에서는 온몸에 방진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반도체 장비의 조립을 담당하고 있었다.


구비테크 직원 김태현(35)씨는 "반도체 장비는 온도와 습도에 특히 민감하다"며 "조그마한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반도체 장비 관리에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흔히 나노미터(nm)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미세 공정 기술이 요구된다. 실제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를 고수하려는 대만의 TSMC와 이를 뛰어넘으려는 삼성전자의 경쟁이 3나노미터 공정 기술로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나노 공정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비테크는 주조를 활용한 반도체 장비 제작에 힘쓰고 있다. 주조는 액체 상태의 재료를 형틀에 부어 넣어 굳혀 모양을 만드는 금속 제조 방식으로 순도가 높은 제품을 제작할 때 주로 쓰인다. 40여 년간 주조·제조 산업에 몸을 담은 서정권 구비테크 대표는 일본 반도체 장비들의 대부분이 용접 장비라는 점에 착안해 주조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서 대표는 "용접 장비는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갈 수도 있는데다 진동흡수력도 약하기 때문에 주조를 활용한 반도체 장비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기술이 매년 세분화하고 있어 주조 공정을 거친 반도체 장비의 필요성도 나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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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구비테크 직원이 생산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에칭장비 개발로 반도체 국산화율 높여
구비테크의 목표는 국내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를 주축으로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TEL),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기업인 네덜란드의 에이에스엠엘(ASML)이 주름잡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1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전(前) 공정이 아닌 클린이나 세정 등 후(後)공정에 밀집돼 있어 기술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구비테크는 최근 반도체 전 공정에 포함되는 에칭(Etching) 및 포토 장비의 부품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에칭은 반도체 표면에 공정 가스와 플라즈마를 이용해 감광된 포토레지스터 하부의 실리콘을 식각하는 방법으로, 증착과 더불어 반도체 직접 회로 제조의 핵심 공정으로 손꼽힌다.


구비테크는 반도체 물류 장비 국산화에도 힘쓰고 있다.2019년 반도체 생산공장에 쓰이는 OHT(Overhead Hoist Transport)를 개발해 작년부터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평택공장 증설을 꾸준히 지원해 오고 있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 진공장비부품, 로봇 등 다양한 첨단장비 부품을 개발해 사업 역량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구비테크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2019년 대비 매출이 215%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면서 관련 장비들의 수요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구비테크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 1세대인 구비테크가 남 다른 연구개발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18년에는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비 메인 프레임 개발로 뿌리기술 경기대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이듬 해에는 대구시 스타기업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7년부터 꾸준히 세메스의 우수협력업체로 지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서정권 구비테크 대표는 "남들이 힘들다고 조언했던 주조를 활용한 반도체 장비 제작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하여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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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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