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큰 꿈] 포항 흥해서부초등, '소통학습·숲속 학교' 입소문…6년 만에 전교생 수 2배 늘어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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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8 07:55  |  수정 2021-07-26 08:06  |  발행일 2021-03-08 제15면
소나무 군락지 등서 생태체험…UCC·코딩 관련 미래교육도
노후학교 증·개축사업 선정 2023년까지 시설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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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흥해서부초등 학생들이 학교 주변 소나무 군락지에서 각종 체험활동에 나서고 있다. <흥해서부초등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흥해서부초등학교(교장 임광종)는 최근 변화의 바람을 타고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는 '승풍파랑' 솔숲 학교로 더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 곡강천에 제방을 쌓고 심은 소나무가 거목 군락이 돼 둘레를 감싸고 있어 '전국 아름다운 학교'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학교다. 학교 주변 소나무 군락 사이로 만든 둘레길을 걷고 있으면 숲속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여기에다 놀이 공간도 충분해 휴일이면 많은 시민이 휴식을 위해 찾기도 한다.

흥해서부초등은 1970년 개교해 올해까지 1천44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10년에는 전교생 수가 29명까지 줄어 폐교 대상 학교로 지정돼 행정·재정적 지원이 끊길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점차 학교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안전하고 충분한 놀이 공간에 교직원들의 헌신적인 학생 지도와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입소문 덕에 전교생 수는 2015년 52명, 2017년 95명, 2019년 100명, 2021년 현재 106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엔 경북도교육청의 역점 시책인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운영으로 인근 대규모 학교 재학생들의 전·입학이 많아졌는데, 현재 재학생 중 18명 정도가 이들이다.

특이한 점은 5학년 2명, 4학년 2명, 2학년 5명, 1학년 9명으로 학년이 내려갈수록 더 많은 학생이 자유학구제를 활용해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학교 해소와 소규모학교 살리기라는 제도의 취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삶을 키워나가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지향하는 흥해서부초등은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를 찾아 생각하고 서로 협력하는 학습활동을 통해 '스스로 서는 어린이' '더불어 사는 어린이'를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색활동으로 매년 자율성 함양을 위한 '스스로 준비하고 서로 어울리는 캠핑 활동·여름 숲속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각종 체험학습과 수련 활동을 할 수 없어 다양한 체험학습 위주의 '가을 숲속 학교'로 대체 운영했다.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영상(UCC)·목공(트리하우스)·제과제빵·인형 만들기·메이커 스페이스(3D프린팅)·뜨개질·코딩 로봇을 배우고 활동 결과물을 전시해 공유한다. 방과 후 학교에선 우쿨렐레·기타·밴드·사물놀이·난타·무용 공연으로 학생들의 재능을 나누는 자리를 갖고 심미적 감수성 역량을 키운다.

모두가 배움의 주인공이 되는 1년 교육과정 평가회를 겸하는 '해 매듭 잔치'는 학년별로 1년 동안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진행된다. 학생들이 학부모 앞에서 과학 연구물 전시·미술 작품 전시·음악 악기 연주·연극 발표, 책 읽고 나서 자신의 느낀 점 발표와 퀴즈·무용·댄스 등을 선보인다.

올핸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자기들의 한 해살이를 낭독극 형식으로 발표해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흥해서부초등의 해 매듭 잔치는 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영상편지도 소개해 교사와 학부모·학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기도 한다. 6학년 학생들도 올해 마지막 해 매듭 잔치에 참여해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흥해서부초등은 2019년부터 경북형 혁신학교인 '경북미래학교'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 학교 문화 만들기를 통해 '행복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미래역량과 민주적 소양을 갖춘 시민 육성'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노후학교 증·개축 사업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지정받아 기존의 노후 학교건물을 헐고 사용자(교사·학생·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임광종 교장은 "한 학급에 학생이 너무 많아지면 학생 개개인에게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작은 학교의 좋은 점이 줄어들 수 있어 소규모학교에 맞는 적정 학생 수 유지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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