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18) 화상회의로 먹방?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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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8 17:14  |  수정 2022-01-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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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촬영한 일본 요코하마 거리 풍경.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회사로 출근한 날을 헤아려 보니 손에 꼽힐 정도다. 재택근무를 막 시작했을 땐 업무 효율을 올릴 수 있을까, 동료와의 협업에 지장은 생기지 않을까 많이 불안해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집에서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등 한껏 자유로운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말이 재택근무지 정신상태가 해이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긴장이 풀어져 느슨해지지 않도록 평일이건, 주말이건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굳게 다짐하곤 했다. 지금은 입사 때부터 마치 재택근무를 해온 사람인 것처럼 매우 익숙해져 있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지경.

 

오전 8시. 이불을 박차고 기상한 후 방안을 환기시킨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아침식사를 꼭 차려 먹는다. 회사에서 아침을 해결하려고 오전 8시에 전차를 타야 했던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무척 여유로운 요즘 오전이다. 

 

출근(?)은 통상 9시30분쯤에 하는데, 일이 바쁠 때는 9시에 하기도 한다. 플렉스 타임(일종의 유연근무)으로 자신의 패턴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관리에 별다른 불편함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도 혼자 일하다 보면 가끔 지나치게 집중하게 돼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있어서 무리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동료와의 연락은 전화나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업무 얘기가 끝나면 서로의 근황을 묻는 등 가볍게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점심시간은 오후 1시 아니면 오후 2시에 갖는데, 동료와 시간을 맞춰 화상회의로 통화하며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한다. 그럴 때면 마치 인터넷 방송에서 ‘먹방’을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서로의 메뉴를 소개하고 맛을 표현하는 등 방송인을 따라해 보며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요즘처럼 봄이 물씬 느껴지는 날에는 근처 공원에서 햇볕을 쬐며 '광합성'을 시도하곤 한다. 

 

퇴근, 그러니까 재택근무 하루 일과가 끝나면 저녁을 챙겨 먹은 후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기 위해 홈트레이닝 영상을 틀어 놓고 따라한다. 집에서 나갈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가볍게라도 움직이려고 신경쓰고 있다. 

 

요즘에는 실내 줄넘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지금도 다리가 뻐근하다. 직장동료 대부분도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저녁이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동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 출근 전 가볍게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재택근무의 최고 장점은 출퇴근 지옥철의 스트레스가 없어진 것이다. 

 

가장 신경쓰고 있는 점은 실수하지 않도록 일에 신중을 기하는 것. 특히 연차가 쌓이면서 할 수 있게 되는 일이 많아지고, 책임져야 하는 일도 많아졌기 때문에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있다. 

 

간혹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동료나 상사와의 잡담시간 때 고민을 상담한다. 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등의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나름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 한 주도 열심히 일해 실적을 쌓겠다는 다짐을 한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라이풀은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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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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