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19) 상상 초월 '지옥철'...숨이 안 쉬어져요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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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5 14:58  |  수정 2022-01-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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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촬영한 덴엔토시선 전차. 이 노선은 혼잡하기로 악명 높다.

일본 전철도 '지옥철'로 유명하다. 요즘은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출퇴근길이 더욱 신경쓰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오전 7~9시 전차(電車)는 출근하는 사람으로 늘 북적인다. 특히 덴엔토시선(田園都市線)은 혼잡하기로 악명 높은 노선 중 하나다. 

 

필자는 가나가와에서 이 노선을 이용한다. 이곳까지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어서 앉아서 갈 기회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위치한 도쿄와 가까워질수록 탑승객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일상이다.

한정된 공간에 빈틈없이 가득찬 사람들 사이에서 온몸을 치이며 서 있다 보면 없던 폐소공포증도 생길 지경이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역 플랫폼 벤치에서는 잠깐 몸을 추스르는 사람을 적잖이 볼 수 있는데, 견디기 힘든 표정으로 호흡을 가다듬는 사람, 고개를 숙이고 헛구역질하는 사람도 보인다. 

 

필자도 두어 번 현기증과 저호흡증으로 힘들어한 적 있다. 살면서 그렇게 숨이 안 쉬어 진 적은 처음이라 참으로 끔찍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승객의 도움으로 몸을 챙겨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부터 출근길에는 승객이 가장 붐비는 급행전차는 절대 타지 않는다. 또 전철을 타고 있는 동안 항상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내려서 잠깐이라도 쉬곤 한다.

출퇴근길 전차를 이용하는 것은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일이기에 아침이나 저녁을 가볍게라도 챙겨먹는 건 필수사항이 됐다. 혼잡시간 전차를 이용해야 한다면 절대 빈속으로 타면 안된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여셩전용칸을 이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지하철 이용 지침이다. 덴엔토시선은 오전 9시30분까지 여성전용칸을 운행하는데, 확실히 다른 일반 칸에 비해 밀집도가 떨어진다. 간혹 인명사고나 긴급 점검 등으로 연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여유 있게 출근하려면 시간 관리도 잘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지옥 같은 출퇴근길 악몽에서 잠시 벗어나 있다. 설령 출근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더라도 혼잡시간을 피해 오전 11시쯤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고 정상적으로 출근하게 되면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라이풀은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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