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3년 연속 공무원 합격자 전국 최다' 상주공고 권희태 이사장

  • 김수영,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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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7 07:44  |  수정 2021-06-27 14:21  |  발행일 2021-04-07 제13면
"특성화고 5년제 학제가 적합…현행 3년 교육으로 기술숙련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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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연속 경북도내 공무원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상주공고 권희태 이사장은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독자성 확보가 시급하다"며 "하루빨리 사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상주공고가 지난해 9급 공무원시험 합격자 45명을 배출하면서 화제가 됐다. 3학년(199명)의 22.6%가 합격했으니 주목받을 만하다. 이만이 아니다. 지난해 해병대 18명, 육군 7명, 공군 1명 등 부사관시험에 26명이 합격했다. 국가철도공단, 대구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도 5명이나 취업했다. 대졸 취업준비생조차 쉽지 않은 공기업의 바늘구멍을 뚫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취업난 속에서 일군 성과라 의미가 크다. 그동안 상주공고는 경북도 기준 9년 연속 공무원 최다합격, 전국 기준 3년 연속 공무원 최다합격도 달성했다. 이런 성과는 학생과 교직원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60여 년간 교육사업에만 매달려온 권희태(88) 이사장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 이사장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교육사업에 뛰어든 후 경희교육재단(대구 경상고·경상여고)을 설립한 데 이어 경영난에 허덕이던 남산학원(상주공고·상주 남산중)을 인수했다. 지역교육계의 원로이자 산증인인 그는 2014년 여든이 넘은 나이에 "시골 학교를 대도시 학교처럼 키워보겠다"며 상주공고 교장을 맡아 다시 일선에서 뛰기도 했다. 지금은 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상주공고를 찾아 온종일 근무하는 애정을 보인다.

학생 맞춤학습·집중교육으로
공무원·공기업 바늘구멍 뚫어
기능대회 입상도 취업 이어져
목공·건축설계·CAD 최강자

독서 통해 인생설계·인격도야
상주지역 최대 도서관 운영 중
사학 경영 자율권 등 보장해야
미래 변화 대응하는 인재 양성

▶취업난 속에 '고졸 취업'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많은 고졸·대졸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2012년에 경북도 지방직 공무원 합격생 2명을 시작으로 2013년 9명, 2014년 8명, 2015·2016년 17명, 2017·2018년 22명, 2019년 24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9년간 160여 명이 합격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부사관 등에도 2018년 16명, 2019년 36명이 취업했다. 서울대 나와도 공무원 되기 힘들다는 시대에 좋은 성과를 내줘 교직원·학생 모두에게 고맙다.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한 것이 좋은 결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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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기준 9년 연속 공무원 최다합격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낸 상주공고 권희태 이사장이 공무원 합격생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섰다. 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기능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경북기능경기대회와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매년 다수의 입상자를 내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0명의 입상자가 나왔다. 특히 목공과 건축설계·CAD 분야에서는 상주공고가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우수 기능 인재 양성→기능대회 입상→우수기업 취업이라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아직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가 없어 아쉽지만 조만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상주공고만의 특별한 교육방식이 있다고 들었다.

"취업을 위한 철저한 분야별 맞춤학습과 집중교육이 주효했다. 아울러 '5-Track'이라는 독특한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시험 준비부터 최종합격까지 학생 개개인에게 맞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의 취업영역을 5개 분야로 나눠 각 분야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한다. 현재 공무원합격반, 공기업합격반, 대기업합격반, 기능인재반, 해외취업반이 있다. 2012년에는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명품교육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다."

▶관악합주단도 학교의 자랑거리라 했는데.

"관악합주단은 1976년 창단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교과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준다.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은상·동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있다. 경북도 신도청 개청 행사 연주를 비롯해 상주시 여러 행사에서 300회 이상 공연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매년 관악 정기연주회를 열고 음악 관련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려는 학교의 의지가 담겨있다."

▶인문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흔히 상주를 '선비의 고장'이라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이지만 상주가 가진 정체성 함양을 위해 인문교육에도 신경을 쓴다. 지상 4층 규모의 독립적인 도서관을 운영한다. 7만여 권의 장서가 있다. 상주에서는 최대 규모다. 전교생에게 인문교양서도 무료로 준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등 삶의 지침이 될 만한 책이다. 이를 통해 지(知), 덕(德), 체(體)를 아우르는 전인교육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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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공고에는 지상 4층 규모의 독립된 도서관이 있다. 권희태 이사장은 지(知), 덕(德), 체(體)를 아우르는 전인교육을 위해 좋은 도서관 만들기에 힘 쏟는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독서가 왜 중요한가.

"군대 제대 후 고시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읽은 심훈의 '상록수' 때문에 인생 방향이 바뀌었다. 농촌 계몽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학령 초과자와 방직공장 여공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품고 대구에서 '성인교육회'라는 야학을 시작했다. 교육사업에 뛰어든 계기다. 독서를 통해 인생을 설계하고 인격을 도야할 수 있다. 독서만이 아니라 책을 읽은 뒤 많이 쓰고 생각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품성 좋은 직업인 양성이 목표다."

▶대구 교육계의 역사라고 평가받는데.

"1956년 성인교육회 결성에 이어 이듬해 대구여자공민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가 경희실업학교, 경희여상을 거쳐 지금의 경상여고가 됐다. 6·25전쟁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던 그 시절, 배움에 목말라하던 여공을 보니 안타까워 야학을 시작했고 여학교로 발전했다. 1971년 교장 자격을 취득한 후 경희여상 교장으로 43년간 봉직했다. 나에게 학교 교장은 천명이자 성직(聖職)이다. 세속적인 유혹을 뿌리치고 교육에 전념한 것이 내 평생의 가장 값진 선택이었다."

▶남산학원을 인수하면서 경북교육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상주공고는 상주실업고였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경영난도 심각했다. 갑자기 이사장의 건강까지 악화돼 학교를 경영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여러 지인이 학교 인수를 권유했고 같은 교육자로서 남의 고통을 모른 척하기 힘들었다. 인수한 뒤 인근에 있던 남산중을 상주공고 옆으로 옮겼다. 학급 규모도 2~3배 키웠다. 현재 중학교는 15학급, 고등학교는 24학급이다. 전국적으로 학생 급감 추세이지만 우리 학교는 아직 학생 모집이 순조롭다."

▶앞으로 상주공고를 5년제 특성화고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우수한 기술 전문인 양성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학제상 3년간의 특성화고 교육으로는 기술숙련 단계에 이르기 힘들다. 완벽한 직업인의 기능을 익혀 취업 후 직장에서 바로 제 몫을 해내려면 5년제 특성화고 학제가 적합하다. 체계적이고 심화한 직업교육을 할 수 있다."

▶한국 교육 발전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사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사립학교법에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학은 법이 정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독자성 확보가 시급하다. 인사와 경영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사립학교 국고 지원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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