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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호 정치평론가 |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이 표현은 주로 기업 인수합병(M&A) 또는 법원 경매 등의 공개입찰 때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후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가리키는 재계의 용어로 쓰인다.
필자는 4·7재보선 승리 이후의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서도 이 표현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국단위 선거 4연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오랜만에 맛본 승리의 기쁨에 도취하여 그런 것일까. 압승을 이끈 야권 주역들이 선거가 끝난 지 2주 만에 사분오열되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송언석 의원의 당직자 폭행은 개인의 일탈이라 하자. 지난 1년간 당을 이끌어 왔던 투톱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이의 설전(舌戰)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김 전 위원장과 장제원 의원의 '꼬붕' 논쟁은 목불인견(目不忍見) 수준이다. "윤석열이 아사리판인 국민의힘에 가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은 돈 때문이라도 국민의힘에 들어올 것이다"와 같은 윤석열 쟁탈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보수의 품격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약속했던 안철수 국민의당과의 통합도 지지부진하다. "개인 자격으로 입당하라" "당대당 통합 아니면 안 된다" 등 다람쥐 쳇바퀴 도는 소리만 난무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직 대통령 탄핵과 사면을 놓고 중구난방하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들 간의 입씨름도 볼썽사납다. 이리 갈리고 저리 찢어져 서로 헐뜯고 다투는 콩가루 집안 그 자체다.
이런 아수라장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반(反)문, 반(反)민주당 정서의 확장과 팽창으로 이제 뭔가 될 것 같으니 좋은 자리에서 공을 차지하려는 탐욕의 쟁투가 전면화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극소수다. 승인(勝因)은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라는 반사이득이었다. 반사이득은 본질적으로 불로소득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야권 갈등은 불로소득의 배분을 둘러싼 추악한 밥그릇 싸움이다.
이런 모습이 계속된다면 2030세대를 비롯해 이번 보선에서 야권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중도무당층이 등을 돌릴 것이 명약관화하다. 장외 유력주자 윤석열의 등판도 점점 꼬일 수밖에 없다. 저토록 험한 언어를 주고받으며 싸워대니 윤석열이 어느 한쪽과 손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쪽 모두와 협력하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보선 승리 도취로 인한 승자의 저주는 내년 대선 패배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을 배출했지만 6개월 후인 12월 대선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이런 진단이 나왔다면 처방은 무엇인가. 간명하다. 혁신과 통합이다. 그리고 절제와 포용이다. 보수의 진정한 모습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정신에 입각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더불어 작은 차이를 넘어 크게 뭉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우고 채우는 절제와 포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영원히 불가능해 보이던 DJ의 집권이 가능했던 것은 DJP연합의 위력도 있었지만,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어떠한 관직도 맡지 않겠다는 동교동계 가신(家臣)그룹의 백의종군 선언도 한몫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신지호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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