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경북도, 정부 바이오산업 관련 공모사업 출혈경쟁 조짐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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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6 18:30  |  수정 2021-06-09 14:38  |  발행일 2021-06-07
정부 공모사업 앞에 또 갈라지는 상생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이 주춤한 가운데 양 시·도가 최근 정부 바이오산업 관련 공모사업에서 또 출혈경쟁을 하는 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 거론되는 '대구 경북특별자치단체 설립-내년 지방 선거 후 행정통합 재추진'프레임을 빨리 결정해 향후 행정비용 낭비 사례를 줄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6일 경북도·대구시 등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K-바이오 랩 허브 구축사업' 공모 관련해 지난달 25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유치 의향서 제출을 마감한 결과, 대구와 포항을 비롯해 대전·청주(오송) 등 총 12개 지자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에 실험실·사무공간 등을 제공,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사업대상지로 선정되면 국비 2천500억 원을 포함해 총 3천35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상생을 외쳐온 대구·경북이 정부공모사업을 놓고 7월까지 살벌하게 싸워야 하는 양상이 전개될 판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올 초부터 포스텍 및 3·4세대 방사광 가속기 설비를 강점으로 생각해 미리 응모를 준비해왔다. 이미 추진위까지 결성한 상황이어서 대구와의 경쟁을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더욱이 이 사업은 2년 전 다른 지자체가 정부에 제안한 것이어서 추진 역량이 분산되면 지역 유치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한뿌리 지자체간의 '묻지마 경쟁 전선'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문화계 공모사업에도 펼쳐져 있다. 국립 이건희미술관 유치가 그것이다.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유치를 추진했고, 경북도가 상생 협력 차원에서 적극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하지만 경주시가 뛰어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상생협력 기조에 균열이 가게 됐다. 수도권과의 버거운 유치경쟁에서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없는 구도가 형성된 것. 두 사안 모두 지역의 신산업 및 문화예술계 중흥을 위해선 양보할 수 없는 카드지만, 자칫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오면 지역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경북은 이미 정부 공모사업에 '각자도생'식 행보를 하다가 낭패를 본 흑역사가 있다. 2019년 대구와 구미는 중기부가 주관한 '스타트 업(신생 벤처기업)파크 조성사업'에 나란히 응모했다가 함께 고배를 마셨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꿈꾸던 두 도시는 최종 대상 후보지 8곳에 포함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최종 사업지는 인천으로 돌아갔다. 행정통합 논의가 있기 전(前) 이긴 하지만 2008년엔 로봇랜드 공모전에서 대구와 포항이 나섰다가 인천과 마산에 양보했다.


일각에선 대구 경북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정부 공모사업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 지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착잡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또 한뿌리 지자체끼리 행정비용을 낭비하는 소모적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빨리 행정통합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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