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윤여승 (영주적십자병원장)...공공의료에 관한 단상(斷想)

  • 윤여승 영주적십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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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8   |  발행일 2021-06-08 제16면   |  수정 2021-06-08 08:20
코로나 계기 공공의료 중요성 더 커져
양질의 서비스 위한 인프라 구축 필수
우수인력 양성 노력 꾸준히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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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승 〈영주적십자병원장〉

메르스 유행 때와 같이 곧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코로나19는 1년5개월이 지났지만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백신이 개발됐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국민도 지쳐가고 이웃한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진다. 한편 의료인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자기 책임인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고 '알라딘의 지니'처럼 신통한 해결 능력이 없음에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작년 봄의 대구 유행 때나 12월의 서울, 수도권 대유행 때 격리 병실과 중환자실이 부족해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자가 격리 중에 사망하는 사례들을 접할 때면 더욱 그러하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요즘처럼 많은 국민이 공공보건 의료에 관심을 가지고 감염병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016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공공병원 비율은 5.8%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자료를 제출한 26개국 평균 52.6%의 1/10 수준이고 꼴찌에서 둘째인 일본의 18.2%와 비교해도 3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공공병원의 병상 수는 10.3%로 압도적 꼴찌다. 평균 71.6%에 비하면 1/7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수준에서도 코로나19 확진 치료환자의 80%(서울과 수도권은 90%)가 공공병원에서 치료된 것을 보면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하겠다. 민간 의료기관은 시장주의 및 영리를 추구하기에 감염병 대응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와 서울, 수도권 대유행 때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대한민국이 K방역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이유에는 국민 건강보험 제도에서 이미 구축된 의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정부의 신속한 대응, 의료인의 헌신, 성숙한 시민의식의 3박자가 잘 이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공공의료는 소비자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공공의료 기관이 지역별 거점병원의 역할을 담당해 응급, 분만 등 필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 같은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 내 안정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 공공의료가 확충되려면 공공의료 기관설립 및 운영비용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적극적 시설 확충과 인력투자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 확보와 안정적인 운영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향후 사회·경제적 양극화 심화, 인구의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는 사회 각계의 요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공공병원의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노무현 정부 이래 15년 이상 지지부진하던 공공 보건의료 정책이 현 정부에서 의료 공공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공공 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 격차 해소(국내 70개 진료권 중 27개 지역에는 공공 병원이 전무), 필수의료 보장, 공공 보건의료 인력 양성과 역량 강화, 민간 영역에도 공공적 역할이 강조되는 기능 및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같은 개혁 전략이 폭넓게 담겨 있다.

공공병원이 지향할 방향은 지역 주민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필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감염병 등 재난대응 및 의료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지역의료 생태계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충분히 확충하는 한편 공공병원의 의료사업과 경영 등 여러 측면을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범 국가적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우수한 공공의료 인력을 꾸준히 양성하고 이들이 오래도록 헌신할 수 있도록 좋은 근무여건 조성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의료의 완성은 정부, 의료인,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고 노력해 가는 것이 시작과 끝이 될 것이다.
윤여승 〈영주적십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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