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큰 꿈] 경주 양동초등…국궁수업·학생 문화해설사 프로그램 '눈길'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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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4 08:04  |  수정 2021-07-26 08:02  |  발행일 2021-06-14 제15면
'바르게걷기 시범학교' 운영
학생들 시화 마을입구 전시
마을 연계 프로젝트도 추진
활쏘기체험
경북 경주 양동초등 학생이 동아리 활동과 방과 후 학교 활동을 통해 국궁 체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직전 해인 1909년 개교한 경주 양동초등학교는 지금까지 5천600여 명을 배출한 112년 전통의 유서 깊은 학교다.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에 위치한 이 학교도 학생이 급격히 줄면서 수년째 전교생 50여 명의 작은 학교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경북교육청의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시행 후 희망이 살아나고 있다. 경주 관내뿐만 아니라 인근 포항 지역 학생들의 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와 포항의 경계선에 위치한 지리적인 여건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양동초등 특색교육은 2019학년도 이후 3년간 학생 28명의 전·입학으로 이어져 현재 전교생이 69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21학년 1학년 입학생 22명 중 16명이 자유학구제로 입학한 학생들이다.
가을숲걷기
양동초등 학생들이 가을 숲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양동초등 제공>

양동초등의 특색사업은 학교의 특성에 맞게 전통문화와 관련된 활동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학생들의 옷차림이다. 매주 월요일과 학교 행사가 있는 날에 생활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학생들을 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동아리 활동과 화요일 방과 후 학교 활동을 통해 이뤄지는 국궁 체험 수업은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국궁은 체력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운동으로 학부모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 2019년 이후 꾸준히 이뤄진 수업 덕에 '2019년 학교 스포츠클럽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학생 문화해설사 프로그램'도 양동초등만의 특별한 교육 활동이다. 2020학년부터 매주 수요일 방과 후 시간에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는데, 양동마을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 참가한 학생들은 양동마을의 역사와 대표적인 위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 양동마을과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양동 숲길 걷기'와 연계한 '학생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양동마을길 걷기' 활동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양동마을을 소개하며 그동안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해는 '마을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보다 알찬 프로그램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양동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 코스가 된 양동초등 '시울림 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도 교육청 정책인 '시울림이 있는 학교'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쓴 시와 그림으로 시화를 제작해 양동마을 입구에 전시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양동마을에 들어서기에 앞서 학생들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시를 읽으며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게 돼 뿌듯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양동초등은 '바르게 걷기 시범학교'로 아침 시간에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학생들은 신발과 양말을 벗어 놓고 자신이 정한 목표만큼 운동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것이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과 즐겁게 맨발 걷기를 하는 동안 체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뇌도 활성화돼 학습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환석 교장은 "양동초등의 장점은 전교생이 매일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을 살리는 학교,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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