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은 철도·고속도로·교차로 없는 '3無지역'...여건 개선 시급

  • 배운철,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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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4 07:29  |  수정 2021-06-15 13:01  |  발행일 2021-06-14 제6면
서울면적 1.3배...경제성 낮단 이유로 교통오지로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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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창 영양군수가 지난달 27일 국회를 찾아 영양군 도로확충 계획을 건의하고 있다. <영양군 제공>

이른바 'BYC'라 불리는 경북 봉화·청송·영양은 '무진장'(전북 무주·진안·장수)과 함께 대표적 오지로 꼽힌다. 각각 백두대간·진안고원을 끼고 있는 이들 6개 군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도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무진장 3군은 도시를 관통하는 철도는 없지만, 고속도로 노선(대전~통영·새만금포항·광주대구 고속도로)이 3개나 된다.

그러나 BYC 3개 군 중 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은 청송(당진~영덕 고속도로)이 유일하다. 그나마 봉화는 철도(영동선)가 일정 부분 물류·운송 역할을 하지만 영양은 이마저도 없다. 철도·고속도로뿐 아니라 중소도시에도 흔한 교차로조차 없다. 이른바 '3무(3無)' 지자체인 영양은 열악한 교통인프라 등으로 인해 주민 불편이 매우 높다.

◆"도로 탓에 응급환자 목숨 잃기도"

영양군은 수년에 거쳐 국도 31호선 구간 중 진보면~영양읍 서부리 16㎞ 구간 4차로 확장공사와 동청송·영양IC~영양읍 연결 지방도(920호선) 개설공사의 조기착공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간 확장·개설 공사는 교통량·경제성이 낮아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영양읍 소재지와 고속도로 IC를 잇는 유일한 길인 국도 31호선은 편도 2차선에 불과해 사실상 고속도로 연결 구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영양읍 소재지와 IC 간 소요 시간은 30분 이상에 달한다.

2015년 기준 영양군의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서울 강남구의 3.6배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한 이유로 죽는 사람의 수가 서울 강남구는 29.6명인 반면에 영양은 107.8명에 달한다.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적절한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사망한 비율을 나타낸다. 심혈관계 질환 등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이를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는 도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망을 피할 수 없다는 셈이다. 경제성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반드시 진출·입 도로 선형 개량·확장 등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영양군민에게 국도 31호선은 고속도로와의 연결뿐 아니라 인접한 안동시로 갈 수 있는 최단 경로다. 북부권 시·군 주민이 의료·복지·여가·소비 등을 대부분 안동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동과의 연결은 필수적이다. 이미 영양과 군계(郡界)를 접하는 봉화 소천~울진 울진읍 간 국도 36호선, 봉화 소천~태백 도계 간 국도 31호선은 확·포장 사업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상태다. 유독 영양을 지나는 구간만 소외돼 있다.

◆"뻥 뚫린 도로 한번 달려보고 싶어"

국도 31호선뿐 아니라 영양을 지나는 다른 노선들의 개량 사업도 더디기만 하다. 영양군과 울진군을 잇는 국도 88호선 직선화 사업의 경우에는 추가 공사비 부담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서로 의견이 다르다.

국토부는 일부 구간에 대해 노선 변경이 필요해 사업비(139억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노선 변경 자체가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2018년 시공회사 선정을 마치고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민 반발은 크다.


영양읍~IC까지 30분 걸리고 지방도 일부구간 20㎞ 우회 하기도
심혈관 등 신속이송 필요 환자, 도로 여건탓 치료 전 사망높아

郡 국도 확·포장 등 요청 불구 정부선 교통량 부족 이유로 머뭇
남북6축 고속도로 건설땐 중부내륙 관광 등 지역발전의 기회
"국토균형발전 관점서 타당성 따져봐야 할때" 사업 통과 한목소리


지방도 917호선은 영덕~영양~울진을 잇는 낙동정맥 핵심 구간이다. 이 가운데 영양읍 무창리~기산리 구간은 도로선형 불량·일부구간 비포장 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20㎞를 우회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 구간은 GS E&R이 제2영양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해 경북도와 총길이 3.9㎞·폭 8.5m의 2차로 확·포장 기본 설계를 완료했으나 풍력단지 조성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처리 이후 수년째 방치돼 있다.

사업 소외·지연이 이어지면서 주민 불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년 째 중앙정부·경북도·정치권 등에 숙원 사업들을 건의하고 있으나 수요 부족 등 경제성 논리를 이유로 연거푸 좌절되면서 이제는 불만을 넘어서 분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주민 A씨는 "영양군의 면적은 서울 면적에 1.3배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정책으로 설움을 당하고 있다"며 "오죽하면 일생 소원이 '뻥 뚫린 도로를 한번 달려보는 것'이라는 말이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겠느냐! 하루속히 도로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지난달 13일 국토부·기재부를 방문해 '국도 31호선 2차로 개량사업'의 예비타당성 통과를 설득하는 등 교통 격차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도 31호선은 노폭이 협소하고 급곡각으로 시설기준 미달 등으로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또 당진~영덕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접근성도 향상돼야 한다"며 "앞으로 지역주민 교통 편익은 물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국도 31호선 개량 사업이 제5차 국도·국지도건설 5개년계획(2021~2025)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남북 6축 고속도로

2016년 12월 당진영덕고속도로가 개통과 함께 신설된 동청송·영양IC(청송군 진보면)·청송IC(청송군 파천면)는 인접한 영양군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비록 거리는 최소 30분 이상 걸리지만, 영양군민들도 편도 2차로에 굴곡이 심한 국·지방도가 아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양 특산물인 고추를 비롯해 산나물은 보다 신선한 상태에서 도시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우리 국토를 동서 9축·남북 7축으로 나누고 세부 지선·순환 노선 등을 건설하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 등에 따르면, 남북 6축 고속도로는 영천을 출발해 강원 양구까지 총연장 309.5㎞(경북 141.7㎞·강원 167.8㎞)로 건립될 계획이다. 사업비는 5조1천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 동부내륙 지역을 관통하게 될 이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지자체는 경북 영천·청송·영양·봉화, 강원 태백·평창·양구 등 7개 시·군이다. 남북 6축 고속도로가 건립되면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BYC 3개 군과 동해 중부내륙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7개 시·군은 백두대간·낙동정맥 등 천혜의 자연환경·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남북 6축 고속도로는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지자체의 관광자원 개발이나 접근성 개선 뿐 아니라 통일 이후 남북 간 물류 교류·금강산 연결도로 운행대비 등 향후 가치가 더 높은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업은 1999년 제4차 국토종합계획과 2007년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반영돼 있으나, 경제성 등을 이유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 정치권은 이달 중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남북 6축 고속도로 건립 계획이 제2차 고속도로건설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경북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는 남북 6축 고속도로 건립 계획안의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반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난 4월에는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도 남북 6축 고속도로 건설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건의문을 제안한 고우현 경북도의장은 "단순히 경제성 논리로만 접근하면 경제성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남북6축 고속도로 건설의 타당성은 충분하다"며 "자연환경을 이용한 휴식 및 힐링문화 확산과 코로나19 이후 국내 관광 활성화에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으로 남북6축 고속도로를 제2차 고속도로건설계획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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