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 부유층 소유 말(馬) 관리하는 데 시민 혈세 연 2억4천400만원 지출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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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3 17:00  |  수정 2021-06-15 12:59  |  발행일 2021-06-14 제1면
대구시설공단서 불합리한 관행 개선하려 하자 말 소유자들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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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승마장 승마힐링센터. 영남일보DB

대구지역 기업인, 건물주, 의사, 약사 등이 소유한 말에게 먹이를 주고 관리하는데 공공예산 수억원이 매년 관행처럼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산하 대구시설공단이 대덕승마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마방 사용허가를 매년 갱신하는 제도를 도입하자, 말 소유자 모임인 이른바 '자마(自馬)' 회원들이 집단 반발하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13일 대구시설공단에 따르면 달서구 송현동 대덕승마장은 자마 회원의 말을 위탁 관리해 주면서 한 마리당 월 35만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설공단이 지난해 9월 외부 용역조사기관에 의뢰해 원가 분석을 했더니, 실제로 말 한 마리를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월 120만원으로 산출됐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말은 마방에 서서 배설물을 배출하는 탓에 바닥에 깔린 톱밥을 매일 갈아줘야 하는데 그 양이 약 20㎏에 달한다. 건초와 사료 등 먹이값도 만만치 않아 말 한 마리를 보살피는데 월 35만원으론 어림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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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승마장 전경. 영남일보DB

대덕승마장이 현재 관리해 주고 있는 자마 회원의 말은 24두. 승마장이 이들 말 한 마리당 월 85만원의 관리비를 대 주면서 연간 2억4천400만원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시설공단이 대구시승마협회로부터 이관받아 대덕승마장을 위탁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10월부터. 4~5년 전까지만 해도 자마 회원들의 말은 40두 이상 달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자마 회원들의 말을 관리하는데 들어간 예산만 20억원 이상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마 회원들의 직업군은 사업가, 건물주, 의사, 약사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한 예산을 소위 부유층의 말을 키우는데 보태주고 있는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승마협회가 대덕승마장을 위탁 운영하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라고 했다.

공단 측은 불합리한 관행을 철폐하기 위한 선행 조치로 올해부터 대덕승마장 마방 사용 시 1년 단위의 갱신 허가제를 도입했다. 또 기존에 있던 '장안'(말에 안장을 얹어주는 일)과 '장제'(말 발굽을 깎아 편자를 교체하는 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자마 회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며 공단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자마 회원 23명은 지난 3월 '대덕승마장 시설(마방) 사용(갱신) 허가 처분 무효'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냈고, 오는 17일 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결국 시민의 혈세로 부유층의 말을 키우고 있는 격이어서 이를 바로잡는 초동 조치로 장안·장제를 폐지했는데, 자마 회원들이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으로 맞섰다"라며 "턱없이 싼 말 관리비의 현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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