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이사장)…일학습 병행의 중요성

  •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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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1  |  수정 2021-06-21 08:45  |  발행일 2021-06-21 제24면

[기고]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이사장)…일학습 병행의 중요성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이사장)

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맹모삼천지교를 줄인 이 말은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에게 훌륭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세 번 이사한 일을 교훈으로 남겨둔 것인데,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람은 무엇인가를 배울 때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일학습병행도 이 교훈을 적극 활용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훈련이라 함은 학원이나 학교에서 이론적으로 가르침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배움이라는 것은 학교나 학원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일학습병행은 학교나 학원을 통하지 않더라도 실무환경에서 일하면서 배움을 얻는 제도로 다른 곳이 아닌 실제로 업무가 이뤄지는 기업현장에서 훈련을 진행해 근로자가 빠르게 기술을 습득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일학습병행이라는 낯선 방법을 적용하여 기업을 위한 근로자를 육성하는 것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스펙(Specification)이 잘 갖춰진, 준비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펙 때문에 고용시장에서 벌어진 유례없는 구인 구직 미스매칭 현상을 생각해보면 일학습병행은 현 시대를 관통할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확산한 구인 구직 미스 매칭 현상을 살펴보면, 근로자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스펙을 갖추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고, 기업에서는 당장이라도 활약할 수 있는 근로자를 찾기 위해 채용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뤄진다.

쉬운 예를 들면 내수에만 집중하는 기업에 사회초년생이 이력서를 낼 때 토익점수를 강조하는 경우라 볼 수 있다. 분명 근로자는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이 맞지만 기업에서 원하는 것은 기계에 대한 지식이나 경영·회계에 대한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인 구직 미스매칭은 생각보다 다양한 산업계에서 목격되며 이로 인해 한국은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겪는 중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일학습병행이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일학습병행의 골자는 결국 기업에서 필요하는 능력을 신입근로자에게 직접 훈련시키는 것으로 근로자가 기본적인 능력만 갖춰있다면 까다로운 채용기준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근로자는 불필요한 스펙을 갖추기 위해 시간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기에 바로 취업이 가능하며, 일학습병행 제도를 통해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빠르게 습득해 실무에도 도움이 된다.

시작할 때 맹모삼천지교의 예를 들었다. 일학습병행을 통해 기업에서 직접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고, 근로자가 실제로 활용하는 능력을 배워나가는 환경은 맹자가 적합한 환경에서 성장하여 결국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되는 과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한 기업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그 기업만의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것으로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기 어렵다. 구인 구직 미스매칭, 청년실업 문제는 사회·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문제로 빠른 해결을 요구하지만 정확한 정답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키우기 위해 세 번의 이사를 했듯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그 수단 중 하나가 기업의 일학습병행 제도 도입이라 생각된다.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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