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김부겸 총리 "신한울 1호기 가능한 한 빨리 가동해야"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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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9 18:15  |  수정 2021-08-10 15:54
정부 서울청사에서 인터뷰
"이준석 효과는 우리 정치권, 정치인 모두에 주는 국민의 엄중한 회초리"
"죄송하지만 정당만 보고 올인하면 미래 먹거리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사드기지 지역민 희생 감내한 부분 도움 될 수 있는 것 무엇인지 고민"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5년차 핵심 과제로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꼽았다. 대구경북 현안에 대해서는 군공항 이전, 낙동강 물(취수원), 성주 미군 사드 기지 등 3대 현안에 대한 분명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대구경북의 변화도 당부했다. 김 총리는 "과거의 시대정신(이념)에만 매몰되지 말고 지역발전의 핵심인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이를 현실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 역대 총리 중 가장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19위기 극복은 물론,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문제,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탈원전, 이준석 효과로 대변되는 정치 지형 변화 등이 그의 앞에 놓인 난제들이다. 오죽하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 총리는 "(부동산 투기 대응)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에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을까. 영남일보는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김 총리를 만나, 취임 한 달여 소회와 국정 현안 대응책, 대구 경북 지원 방안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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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문재인 정부 5년 차의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선결 과제는 코로나 19 극복이다. 국민 마음을 '위기 극복'이란 하나의 아젠다로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집합금지, 백신 접종 등의 문제로 국민의 마음이 많이 상했다. 여러 지표를 보면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K'자형 경제회복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형편이 좋은 분들에게는 이 회복이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코너에 내몰리고 있다. 이 경제회복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다음 정권에 누가 들어와도 이 숙제는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공직자들에게도 다른 생각 말고,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공직 기강이 흐트러진다면 이것은 국가적 비극이다."

▲정부와 대구 경북 사이 연결고리 역할이 중요하다
"대구 경북의 최대 현안은 군 공항 이전, 낙동강 물(취수원) 문제, 성주 미군 사드 기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군 공항 이전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단,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것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그보다는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데, 재정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 낙동강 물 문제는 주민들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부분이 있지만 최근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구미시와 대구시의 오래된 숙원사업이었으니,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챙겨보고 있다. 성주 사드는 단순히 성주군민과 중앙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 동맹, 동아시아의 전략적 부분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사드 미군 기지가 자리한 지역민들의 박탈감과 희생을 감내한 부분에 대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마음을 열어주시길 바라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저도) 정부가 더이상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동의한다. 다만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 신한울 1호기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에 가능하면 빨리 운영허가를 받아 가동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원안위도 보통 운영 허가를 받는데 4~5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고의로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비싼 돈을 들여 완공해 놓고, (그냥) 두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가 원전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다. 원전에 대한 의존을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60여 년간은 원전이 우리 에너지 생산에 기여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국민이 불만이 많다
"부동산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망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자금이 부동산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고, 적절히 분배되도록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에는 갈등과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공급·세제·금융지원 3가지 패키지이다. 첫째는 확실한 공급 확대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방식은 사람들(기존 거주자)을 쫓아내지 않고, 재개발 이익을 그 지역에 사는 구성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그동안은 재개발이익은 건설회사, 시행사, 최초 분양자들만 나누어 가졌다. 이제 공공 재개발 방식 사업이 본격화됐고, 공급확대는 확실히 해나갈 것이다. 다음으로 다주택 투기에는 그에 맞는 세금을 거두겠다. 어느 나라도 앉은 자리에서 얻은 자산 증가를 그냥 두지 않는다. 미국은 평균적으로 자산의 1% 정도를 매년 재산세로 낸다. 우리는 이보다 한참 낮다. 자산가치가 오른 만큼 세금을 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생애 최초 구입자, 청년, 신혼부부들이 내 집을 갖기에는 금전적 어려움이 큰 만큼 확실한 금융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것은 만기 40년짜리 정책 모기지이다. 이를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

▲투기과열지구 선정 세분화 필요성에 대한 입장은
"제가 국회 의원이었던 2019년 10월 시·군·구 단위로 되어있는 투기과열지구 선정을 읍·면·동 단위로 축소 지정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했다. 대구를 예로 들면 수성구 범물동, 지산동, 파동 등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토부 입장도 해당 지자체에서 부동산 거래 실적 등 근거를 마련해 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하면 심사를 거쳐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것을 지자체에서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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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현 정부의 반기업 정서와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한 생각은
"기업들이 주52시간제 확대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 등에 대해 우려한다는 것 잘 안다. 정부가 이 법을 제정한 목적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 사망률을 줄여야 한다. 다른 나라도 강력한 입법을 통해 흐름을 바꾸었다. 기업을 처벌하거나 괴롭히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산재 피해자를 줄이자는 것이다. 정부 및 의회의 입법 의도를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30인 미만 사업장 등에 대한 예외조항을 많이 뒀다. 유예만 옳은 것은 아니다. 적용해 보고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면 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은 대통령께서 고민하시고 계실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한미정상회담을 다녀오셨고, 재계의 요청도 있었다. 저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만큼 충분히 고려하실 것으로 본다."

▲이준석 효과를 어떻게 보나
"이준석 대표가 던진 변화의 물결은 정말 엄청나다. 이 대표 아버지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이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나는 등 사적인 관계도 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가 던진 화두는 단순한 변화, 쇄신의 차원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했다. 우리 세대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이다. 그래서 이 대표발 폭풍이 어디까지 불 지 모르지만, 우리 정치권, 정치인 모두에게 주는 국민의 엄중한 회초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국민은 기존 정치인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저도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일하지, 아니면 언제든 국민의 회초리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겠다."

▲김 총리는 여당 내 합리적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많은 열렬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받고 싶은 유혹이 있다. 그런데 제가 정치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많은 선배 정치인들로부터 정치는 상대가 있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배웠다. 상대편의 설 자리를 부인하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진영 논리보다는 항상 공동체의 관점에서, 국가에 이익에 무게를 두고 행동해왔다. 그래서 우리 정당의 열렬 지지자들에게는 화끈하지 않다거나 뜻을 함께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 전체를 보면 저 같은 정치인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대구 경북민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당당히 말하는 이준석 대표를 선택했다. 지역민들도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대구 경북민들도 과거 패러다임이 아닌 미래먹거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저쪽 동네가 뭐 하니깐 우리도 해달라는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이야기하며, 구체적 도움을 요청한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정당만 보고 올인하면 이런(미래 먹거리)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내걸었던 시대정신(이념)의 가치만 가지고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마음을 열어주었으면 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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