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보육현장 비명] 교사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교사당 아동 수 감축 호소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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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4 14:15  |  수정 2021-07-06 11:48  |  발행일 2021-07-05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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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만1세 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대구 A어린이집 제공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 한두 명만 결석해도 남은 아이들에게 더욱 세심해지는 것을 느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강화됐을 땐 아이 7명을 3~4명씩 나눠 각각 점심 지도를 해야 했는데, 점심을 먹이면서 다른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대구의 보육교사 김모(34)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현재 만 2세 아동 7명을 맡고 있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당 아동 수를 줄여달라는 목소리가 대구 보육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2019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아교육단계 교사 1명당 평균 아동수는 13명으로 OECD 평균인 12.1명보다 많다. 보육교사의 부담이 가중되자 서울시는 1일부터 국공립어린이집 110곳을 대상으로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구 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신모(38)씨는 만 1세 아동 5명을 담당한다. 하루 9시간을 근무하는 신씨는 아동 한 명 한 명을 빠짐없이 챙기느라 쉬는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씨는 "휴게 시간이 있어도 아이들이 점심 시간, 낮잠 시간에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못 쉰다"라며 "날마다 긴장 상태라 보육이 끝나면 진이 빠진다.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광염을 달고 사는 선생님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신씨는 담당하는 아동이 많아 아동의 발달과제를 실현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는 "만 1세 아동의 경우 주요 발달과제가 '자아발달'이라 위험한 일이 아니면 주변 탐색을 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오히려 규칙, 질서를 강요하게 된다. 아이들 욕구를 100% 존중할 수 없는 노릇이라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보육교사 김씨 역시 "요즘 보육과정이 놀이 중심, 개별화 중심으로 바뀌는데 개별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싶어도, 한 아이가 나하고 상호작용하려면 6번을 기다려야 한다. 충분히 교류하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현행법상 아동이 만 2세에서 3세로 넘어갈 때, 교사당 아동수는 2배 넘게 급증한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사는 만 2세 7명, 만 3세 15명, 만 4세 20명 이상을 돌볼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정한 유치원 학급당 정원은 만 3세 18명, 만 4세 24명, 만 5세 28명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만 0~5세 아동을 보육하고, 유치원은 만 3~5세 아동을 교육하는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0~2세 아동이 자라면 유치원으로 옮겨가게 되는 경우도 나온다.

대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문제는 만 3세라 해도 만 2세 아동처럼 손길이 더 필요한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임민정 경북대 아동학과 교수는 "발달은 만 2세, 3세라는 나이보다는 아동 간의 개인차가 가장 크다. 또 예전에는 유치원이 오로지 '교육'만 담당해서 아동 수를 높게 정했겠지만, 최근엔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교사들이 '가정의 돌봄 기능'까지 위임받은 상황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사당 아동수 조정에 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대구는 다른 시도보다 유치원 교사당 아동수가 평균 1명 정도 정원이 높은 편이다. 내년에 3주년마다 수립하는 배치계획에서 교사당 아동수를 감축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 역시 "지난해 10월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통해 아동 비율을 조정하자는 건의를 하는 등 중앙부처에 지속 제안하고 있다"라면서도 "다만, 당장 아동 비율을 조정하려면 보육교사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가 드는데, 이 문제는 시비 차원에선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교사 대 아동수 감축이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대구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저출산 문제로 아동 학급 수가 저절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국공립유치원은 국가 지원을 받아 사정이 다르겠지만, 사립유치원은 현행 교사 대 아동수 기준을 어차피 채울 수 없다"며 "아이들이 공동체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한 학급에 어느 정도 아이들 수가 갖춰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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