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선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의장 "문화분권 외면한 이건희미술관, 분야별로 비수도권 건립 재검토를"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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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8 07:52  |  수정 2021-07-09 14:47  |  발행일 2021-07-08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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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은 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 예정지를 서울로 정한 것을 두고 "비수도권 국민의 문화적 향유를 위한 '문화 분권'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제공〉

'여걸' 이인선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의장이 돼서다. 이 의장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 지방분권과 맞닿아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초대원장, 경북도 정무·경제부지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을 역임하면서 수도권 우월주의의 민낯을 몸소 체험한 그다. 이 의장은 "디지스트를 처음 설립할 당시 정부부처에서 지방에 무슨 과학기술원이 필요하냐며 교수와 직원 정원을 승인해 주지 않아 많은 애를 먹었다. 경북도와 경제자유구역청에서 일할 땐 지방 홀대 국가예산편성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기업 유출 등 그야말로 지방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했다.

▶오늘(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지를 서울로 정했다. 어떻게 보나.

"소식을 처음 접하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결국 '문화 분권'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문화 예술에 대한 향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권인데, 이마저도 서울에만 집중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지방 사람들은 삶의 질을 향상하는 문화적 향유를 누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정부가 이번 방침을 철회하고 수정해 이건희 미술관은 비수도권에 건립해야 한다. 꼭 대구에만 오라는 게 아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다양한 분야를 비수도권으로 나눠야 한다. 예컨대 근대 미술의 발상지인 대구경북에는 이건희 소장 근대 미술품을, 호남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또 다른 비수도권에는 조각 작품 등을 분산해 이건희 컬렉션을 골고루 선보이는 방안을 정부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지방자치 부활 30주년됐지만
시민들 아직도 체감하지 못해
힘의 균형 지방으로 분배해야
더 큰 대한민국으로 발전 가능



▶지방분권협의회는 어떤 단체인가.

"전국 지방분권협의회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각 지역의 조례에 의해 구성된 지역 분권협의회들이 모여 2017년 2월 출범한 단체다. 현재 광역단위로는 대구시를 비롯해 17개 지자체에서 분권협의회를 두고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는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조례에 근거한 협의회도 가장 먼저 구성해 전국 지방분권협의회 출범을 주도했다.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의 경우 대구시의 지방분권 추진계획을 심의하고 지방분권 정책 수립 시 대구시민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왜 지방분권인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분권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앞으로 30년 후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 가까운 46%가 소멸할 것으로 보는 충격적인 전망도 있다. 수도권은 점점 인구가 몰려 비대해져 문제고, 비수도권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어 문제다. 힘의 균형을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으로 분배해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더 큰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어려운 지방분권을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구군 분권 토크'와 '청소년 지방분권 아카데미'가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누구나 좋아하는 뮤지컬 곡과 함께 표현한 '지방분권 뮤지컬'을 기획·제작해 홍보하는 한편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방분권 플래시몹' 공연도 펼치고 있다. 특히 SNS를 활용해 지방분권을 알리고 홍보하는 '대구시 지방분권 대학생 홍보단'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 지방분권을 이루려면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 중앙집권적 문화의 잔재와 중앙정부의 과도한 지방통제에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중앙집권적 통치 경험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하려는 집권적 잔재가 남아있다. 자주 입법권은 헌법 117조에 의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를 제정하도록 제한받고 있고, 자주 재정권은 심각한 세입과 세출 불균형으로 인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 어렵다. 시골의 군 단위에는 자체 예산으로 공무원 월급조차 주기 어려운 곳도 있을 정도다. 자주 조직권은 행안부의 지침에 묶여 국 단위 조직하나 마음대로 만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분권' 정당·후보 공약에 담도록
내년 대선·지방선거 적극 활용
실현 가능한 정책 제안할 계획


▶지방자치와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나.

"실질적으로 헌법 개정을 통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시민들이 지방자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 부활의 근거인 1987년 헌법이 지방자치를 오히려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주입법권, 자주재정권, 자주조직권 등 핵심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현행 헌법 40조는 입법권을 국회에 귀속시켰고, 헌법 117조는 지방정부의 조례제정권을 법령의 범위 안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지방세도 중앙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조직권은 국 하나 신설하는 것까지 법령에 의해 통제 받고 있다. 지방분권이 실현되고,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의 힘이 국가의 힘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 헌법개정을 통해 지방정부의 입법권, 재정권, 조직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복안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각 정당 및 후보들의 선거공약에 지방분권을 담아야 한다. 지방분권은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과제여서 법률 몇 개 뜯어 고친다고 실현될 문제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분권협의회 내 지방분권 특위 위원들과 함께 지방분권 관련 실현 가능한 공약을 발굴, 제안할 생각이다. 또 전국 지방분권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강력한 지방분권 진영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지방분권 관련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주요 정책과 공약으로 공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지방분권을 위해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정확한 지적이다.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관심과 참여다. 깨어있는 국민은 권력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은 권력에 통제받게 된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지방분권 국가, 지방자치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대구뿐만 아니라 타 시도와도 연대·협력을 강화해 지방분권 공감대가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붐을 일으키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이인선 약력
△1959년 출생 △경북여고·영남대 학사(식품영양학)·동 대학원 석·박사(식품미생물학)△계명대 부총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대원장 △경북도 정무·경제부지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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