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미술관 대구 유치 무산] 문화예술계 "문화분권·균형발전 기조에 역행"

  • 임훈,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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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7 16:44  |  수정 2021-07-09 10:28  |  발행일 2021-07-08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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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문체부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 부지를 서울 용산과 송현동 두곳으로 압축해 발표하면서 대구를 비롯한 30여 지자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대구미술관에서 8월29일까지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전에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이건희 미술관' 입지가 서울로 결정되면서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대구시와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이건희 컬렉션)' 활용방안 자료를 내고 서울 용산·송현동을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건희 미술관 입지 결정은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문체부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문체부는 "관계기관과의 협의, 위원회와의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중)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대구시 등 30여 곳의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의 적극적 유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뤄져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구시의 경우 대구시청 별관 부지에 총사업비 2천500억원 규모의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건립 의사를 밝히는 등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공을 들여왔기에 허탈감이 더 크다.

대구시는 이날 채홍호 대구 부시장의 입장 발표에 이어 오후 2시 대구시청 본관에서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행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은 "대구시민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뜻과 의지를 모은 걸 바탕으로 제2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치운동 지속을 주장했다. 노진철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 공동의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30여 지자체들의 문화시설 확충 의지를 무시한 것이다.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울에 가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해야 한다" "영호남이 단결해 이건희 미술관 분관(원)이라도 대구와 광주에 각각 유치해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이건희 미술관에 대해 지역을 배려하라는 뜻을 장관에게 전달한 걸로 알고 있는데도 섣불리 입지를 발표한 황희 장관의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비수도권 인사를 배제한 이건희 미술관 건립 자문위원회 구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발표된 7명의 위원 명단을 보면 충북 음성군에 자리한 철박물관의 장인경 관장을 제외하고는 중앙부처 산하 기관 또는 수도권 대학에 소속돼 있다. 또한, 문체부는 지난 5월 구성한 위원회 구성과 논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공청회도 거치지 않는 등 절차에 있어 불공정성을 자초했다.

이에 지역 36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 시민추진단(단장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은 8일 대구시청 회의실에서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다.

김형기 단장은 7일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은 정부의 문화분권 및 균형발전 기조에 역행한다. 이에 '공모를 통한 이건희 미술관 비수도권 건립'을 요구하며 아울러 (이건희 미술관)대구유치를 위한 새로운 활동 방향을 모색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문화비전 2030'을 발표하고, 주요의제 중 하나로 '지역문화 분권 실현'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국립공연·전시시설 대부분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 현재 대구에는 국립예술단 및 국립공연·전시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대구의 미술관도 태부족이다. 문체부의 '2020전국문화기반 시설총람' 기준 대구의 미술관 수는 4곳에 불과했다. 이는 서울(46곳)·경기(53곳) 등 수도권은 물론 광역시인 부산(8곳)·인천(5곳)·대전(5곳)·광주(14곳)보다 적다.

반면, 대구는 이건희 미술관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대구는 '근대 미술의 메카'로 불리며 수많은 거장을 배출한 예술적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고향이자, 삼성그룹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구는 남부권 도로·철도교통 중심지여서 비수도권 문화예술 거점으로 탁월한 입지라는 평가다.

이건희 미술관에 전시될 '이건희 컬렉션'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집한 2만 3천여 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지난 4월28일 이 회장의 유족이 정부에 기증한 것이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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