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철새가 찾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야시골공원'...주민들은 "괴롭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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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8   |  발행일 2021-07-19 제6면   |  수정 2021-07-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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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야시골공원에서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나무에는 철새 떼가 여기저기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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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야시골공원에서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나무에는 철새 떼가 여기저기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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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야시골공원을 찾아온 철새들이 공원 이곳 저곳을 다니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야시골공원' 인근 주민들이 해마다 여름 철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 오후 1시쯤 '야시골 공원'. 어림잡아도 수백 마리 철새들이 나무에 앉아 있었다.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거나 날아다니는 새들도 보였다. 새들이 공원을 점령(?)하면서 깃털이 산책 나온 주민들의 머리 위로 날리기도 했다.

주민 김모(67·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매년 여름철이면 철새들이 떼 지어 날아와 소복하게 앉아 있다.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또 시작됐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경북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야시골공원의 새들은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등 여름 철새다. 기존에는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에 백로 등이 많이 살았는데,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야시골공원으로 넘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왜가리는 2월 하순에 야시골공원에 먼저 도착해 터를 잡고, 백로 등은 동남아에서 겨울을 난 후 3월 중순쯤 하나둘 오기 시작한다. 철새들은 주로 추석 때쯤 남쪽으로 떠난다.

박희천 소장은 "어떤 이유에서든 철새 떼가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한 건 20년 이상 됐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300~500마리의 철새가 야시골공원에서 여름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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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떼의 배설물로 인해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인도가 하얗게 변해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철새의 보금자리에 대해 주민들은 '자연의 신비'보다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조류 배설물과 냄새, 소음 등 생활에서 겪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집 창문을 열어둘 때가 많은데, '소음이나 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는 민원이 셀 수 없이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오면 한 둥지의 3~4마리 새끼들이 한밤중에도 먹이를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탓에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 창문에 빨래를 걸어두면 배설물로 더러워지기도 한다.

주민 송모(여·29)씨는 "철새 떼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악취가 코를 찌른다"고 했다. 인근 직장인 정모(39)씨는 "점심시간 산책을 나서곤 하는데 머리 위로 백로 등이 날아다니면 '배설물 공습'을 당할까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 때가 있다"고 했다.

철새 떼가 밀집해있는 야시골공원과 범어동 한 아파트 사이 인도에는 하얀 페인트가 튄 듯 배설물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배설물로 푸른 잎이 하얗게 변한 나무도 적지 않았다. 조류 배설물은 강한 산성 성분이라서 토양을 산성화하고 나무를 고사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철새의 서식지를 옮길 수 없는 수성구청은 난감한 상황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민원 전화는 끊이지 않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며 "조류 배설물로 난장판인 인도 등을 조만간 물청소하려고 계획 중이다"라고 했다.

박희천 소장은 "철새가 살던 산 밑까지 개발이 되는 바람에 새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철새들이 사람 사는 공간까지 들어오고 있고, 사람과 마찰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지자체에선 새들이 둥지를 짓지 못하게 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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