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벤처기업이 성장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매출이나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창업 및 초기 성장기 기업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 운영이나 지배구조 부분에서도 전통적 가족경영 수준에 머물고 있어 벤처업계 자체가 정체기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27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발표한 '지역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역 벤처기업이 역내 생산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벤처기업 매출액은 20조원(12.1%)으로, 전국 평균(10.0%)에 비해 높았다. 또 전체 사업체 종사자 중 벤처기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4.8%)도 전국 평균(4.4%)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비중에도 불구, 성장 활력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지분 구조가 임직원 등 내부 지분이 높은 반면, 외부투자자 비중은 적어 대부분이 가족경영 형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벤처기업의 지분구조는 2019년 기준 창업자(61.3%)와 가족(17.1%) 및 임직원(17.0%)이 95.4%로 전국 평균(88.4%) 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 벤처캐피탈이나 기관투자자, 엔젤투자자 등 외부 투자자 비중은 불과 4.6%에 불과했다.
대구경북 벤처기업 상당수가 전통적 '가족경영' 수준에 머물면서 성장 활력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자금 조달 규모도 활기를 잃어가면서 벤처업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같은 기간 지역 벤처기업 중 정부 정책지원금을 이용한 기업 비중은 31.8%로, 전국(33.7%) 평균 보다 낮았다. 특히 첨단제조 및 첨단서비스 업종의 평균 수령액(2억원·1억5천만원)은 전국(4억원·3억4천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은행 대출 등 일반금융 이용 비중은 대구경북(30.7%)이 전국 평균(23.4%)을 크게 웃돌았다.
성장단계별 자금 조달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창업기 및 초기성장기에 정부 정책지원금을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대구경북은 초기 기업의 정책지원금 이용 비중(56.3%)이 낮고, 오히려 성숙 및 쇠퇴기 기업의 이용 비중(57.8%)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금융팀 유혜림 팀장은 "창업 초기 기업의 정책지원금 확보 및 벤처캐피탈·엔젤 투자자금 유치 강화에 초점을 맞춰 지역 벤처금융 생태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벤처투자 유치나 정책지원금 확보 등에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신성장산업 분야 우수 벤처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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